기다림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by 김순만
신윤복, 기다림, 공유마당, CC BY


1.

얼굴은 보이지 않는데 외로운 것은 보인다

외로움도 익숙해지면 더이상 외롭지 않다
기다림도 익숙해지면 기다림도 정든다.

사랑은 가녀리고 연약한데 핏줄처럼 모질고

고독도 익숙지면 누가 올까 겁이 난다.


2.

갓태어난 아이와 울음이나

늙고 병들어 죽은 노인이나

탄생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만남이 있기에 이별이 있다.


3.

태어나지 않았으면 죽음도 없으며

만남이 없으면 이별도 없다.

이별의 아픔은 사랑을 가슴안에 품은 까닭이고

사랑을 품지 않으면 이별도 아프지 않다.


4.

가슴아픔 이별이라면 사랑도 처절했던 까닭이고

아프지 않은 사랑이라면 사랑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런 까닭에 셀레이는 마음이 생겨나거든

가슴아픈 슬픔쯤은 각오해야 한다.


5.

얼굴은 보이지 않는데 기다림은 보이고

기다림에 익숙해지면 외로움 또한 익숙해진다.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고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또한 오기 마련이다.


<기다림> /글 김순만





느낀점) 혜원 신윤복의 '기다림'이라는 풍속화이다. 승려가 쓰는 송낙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단정하기 어렵다해도 스님은 기다리고 있고 이 스님은 자신을 두고 떠난 승려일 가능성이 높다. 느티나무가 치렁치렁 내린 것으로 보아 슬픔이 치렁치렁거리는 것 같고, 앞치마를 두른 것으로 보아 바삐 일을 하다가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이 여인의 얼굴이 사뭇궁금하지만 정숙한 여인 같은데 머리를 올린 것으로 보아서 어쩌면 시집을 간 여인인 듯 하기도 하다. 나다니엘호돈의 <주홍글씨>에서 헤스터프린 처럼 남정내와 눈이 맞아 아이를 갖었을지도 모른다. 단정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을수도 있다. 좋은 것만 보기에는 뭔지알 수 없는 슬픔과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의 풍속화 - 기다림
(해설인용) '기다림 조용한 대가의 뒤뜰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의 초조함과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여인이 들고 있는 것은 승려들이 쓰는 송낙이라는 모자다. 인물의 의복 표현은 가는 선묘를 사용, 버드나무의 몸통은 몰골법을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먹의 농담과, 강조 생략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구도상으로는 담장과 나무의 기울어진 각도에 의해 중앙의 인물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공유마당 해설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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