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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기다렸다 너를

by 김순만

풀잎도 기다렸고

나무도 기다렸다.


저수지도

홀랑 맨살을 다 드러낸

알몸으로 타들어 가는 몸부림이었다.


기다림에 겨워

산은 적은 불씨라도

연기를 내뿜은 채

타들어가는 산불이었다.


씨앗을 심기 위해

촉촉이 젖은 땅이고 싶었다.

스며드는

기쁨이고 싶었다.


기다리던 봄비가

이제 온다.


작은 밭이랑으로

젖고

메마른 개울을 지나

빗방울은

끝없이

동그란 파문을 그려가며

기쁨으로 흘러가고 있다.


봄이

봄비에 젖는다.

맨살로 젖어드는 기쁨인 채로


이미지 출처: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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