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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부엉 May 06. 2019

황금연휴에 집에서 청소를 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오직 나의 두 손으로 이루어낸 기분전환이다. 

나는 어떤 순간에 기분이 좋아지는지 생각해본적이 있다. 거창한 행복말고, 일상에서의 소소한 기쁨말이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온전히 내 힘으로 해냈을 때, 그 때 기쁨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무언가를 완성해냈다는 그 기쁨. '기쁨'이라고 칭할만큼 고조된 감정은 아니지만, 어떤일을 내 손으로 마무리했을때 기분이 참 좋아진다. 


그래서일까. 나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지럽혀있던 물건을 정리하고, 사용하지 않는 것은 계속 비워내며 생활가짐을 단정히 하는 일. 

먼지가 쌓이고 얼룩이 진 화이트 가구들을 걸레로 박박 닦아 순도 100%의 흰색을 유지하게 하는 일. 

계절마다 옷 정리를 하며 낡은 옷들의 실밥을 정리하고 구김을 스팀다리미로 펼쳐주는 일.

자주 신는 로퍼의 가죽을 닦아주고, 운동화의 때를 벗겨내는 일.

내 손으로 내 생활의 때를 벗겨내는 일이 즐겁다. 가끔씩 소중한 주말의 하루를 다 바쳐 청소에 매진하는 이유도 그것이 나의 기분을 달래주는데 아주 적합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너무나 많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온전히 내 힘으로만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의존받아야만 하는 복잡다단한 일상에 울적해진 요즘. 나는 황금연휴의 이틀을 할애하여 청소작전을 펼쳤다. 정리가 되지 않은 마음이 내 방의 물건들로 옮겨진 듯, 어지럽고 얼룩져 있는 물건들을 닦고 세척하고 버리고 비웠다.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머리도 비워졌고. 오직 나의 두 손으로 이루어낸 기분전환이다.


내가 어떤 순간에 기쁨을 느끼는지 알고 있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과제이다. 웃기지만, 청소는 나에게 그 기쁨 중 하나이다. 그 기쁨을 느끼는 이유에는 내 '손' 으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손으로 '완성' 이라는 단어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나를 위해 내 손으로 무엇을 이루어 나갈수 있을지... 고민해야겠다.


작년에 읽었던 '손의 모험' 의 구절이 생각나서 덧붙인다.

자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이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하고 직접 만들어 쓰거나 고쳐쓸 수 있는 능력을 장착하는 것. 그러고자 노력하는 것은 내 삶을 이루는 물건들을 주도적으로 장악해 삶에서 주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에 가깝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듯 주어진 선택지에서 골라 삶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다. 선택지 자체를 스스로 마련하는 일이다.
- 릴리쿰, 손의 모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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