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어긋나기 시작한 날

저도 제가 예민한 거 알아요. 그래서 미안해요.

by 나의 바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말에 자꾸 멈칫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웃고 넘겼을 말인데, 이제는 그 안에서 의도를 읽으려 애썼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그의 태도였을까, 아니면 나의 시선이었을까.

아마도, 거리가 만든 균열이 마음의 결을 따라 스며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질문은 점점 더 길어졌고, 그의 대답은 점점 더 짧아졌다.

나는 설명하려 했고, 그는 그 설명을 피곤해했다.


우리는 같은 마음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 언어가 너무 달랐다.

나는 확인받고 싶었고, 그는 믿어주길 바랐다.


처음엔 작은 틈이었다. '아, 오늘은 좀 바쁜가 보다.' '괜히 예민했나 보다.'

그렇게 넘겼던 감정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그대로 쌓이고, 굳고, 멀어지기 시작했다.


사소한 불안도, 지나친 기대도, 마음을 전하기 위해 꺼낸 말들이 자꾸 엇갈렸다.


그가 달라졌다고 느낀 건, 사실 내가 먼저 흔들리고 있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 시절의 나는, 좋아하는 만큼 불안했고, 믿고 싶으면서도 매일 확인하고 싶었고,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를 매 순간 필요로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애쓴 만큼 우리는 어긋났던 것 같다.

멀어지려던 게 아니라, 닿고 싶었던 방식이 너무 달랐던 것.


그리고 그 어긋남은 조용히, 아주 천천히 우리를 덮쳐왔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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