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퇴사하면 안된다
"퇴사계기" 글에서 다룬 것처럼 퇴사의 이유가 명확하다면 퇴사할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퇴사하기 최선의 조건] 이직이거나 내 사업이거나
1. 이직 계약서(처우협의 계악서)에 사인을 했는가? (단순 구두 계약은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다)
2. 회사를 그만두고 회사 급여의 최소 60%을 매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
퇴사는 홧김에 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한번 뿐이라는 이유로 당장 퇴사하고 해외여행을 훌쩍 떠나는 것이 로망처럼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위 두 가지 중 하나의 조건을 만족시키고 퇴사하는 것이 최선의 조건이라 생각한다. 들뜬 마음으로 퇴사하고 해외여행을 다녀오니 고정수입이 없는 채로 구직활동을 해야하는 상황에 먹먹할 수 있다.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가치관의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피해야 할 선택이라 생각한다. 이력서 작성부터 면접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가진 경력과 면접 때 나타나는 그 사람의 매력이다. 회사에서의 경력은 지금의 회사 생활을 얼마나 목표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했는지에 따라 쌓여 있을 것이다. 이미 과거의 일이니 크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매력은 어디서 나올까? 여기서 말하는 매력은 이성적인 매력이나 인간적인 매력보다는 능력있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높은 자존감에서 나오는 매력(=여유)이다.
반드시 붙어야 하는 마음으로 절실하게 도전하는 사람과 여유를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 절실함은 신입사원이 가지고 있으면 기특해 보일 법 하지만 경력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절실한 경력자보다 여유 있어 보이는 능력있는 구직자를 원한다. 고용자 입장에서는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이 더 능력있어 보이고, 더 매력적인 법이다.
먼저 퇴사를 하고 구직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능력을 믿을 수 있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랜B가 없으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첫 면접에서 떨어지고 두번째 면접에서 떨어지면 자존감은 바닥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장도 수입도 없다면? 아무런 근거 없이 계속 여유를 가지기는 어렵다. 조바심은(혹은 절실함은) 이력서 작성에, 면접에, 처우협의 과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구체적으로 매월 들어오는 월급과 일할 수 있는 직장은 이직이나 사업의 성공까지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정신적, 물질적인 버팀목이 된다.
퇴사 직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패기는 있을 수 있으나 패기는 도마뱀꼬리와 같아 잘린지 얼마 안된 시점엔 독립적인 생명체처럼 힘차게 꿈틀 거리지만 곧 움직임을 멈춘다. 이직 시 우리는 절실하게 새로운 회사를 찾는 백수 구직자가 아니라, 회사와 동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진행하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최대한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다.
퇴사 후 이직을 준비하는데 예상보다 이직기간이 늘어났을 때를 상상해보자. 그리고 회사를 다니며 최대한 시간을 쪼개고, 눈치 안보고 야근을 줄여 이직을 준비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지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민해 봐야 한다. 경력 채용을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무직 상태로 이직을 준비하는 구직자보다 회사를 다니고 있는 현직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경우가 많다.
이직 회사에 면접을 보고 합격 안내를 받았어도 안심할 수 없다. 단순히 이직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지금 회사에 퇴직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거나 사직서를 제출하면 안된다. 이직 회사와의 연봉협상 등 처우협의를 다룬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확실한 것은 없다. 현재 회사 퇴사를 1일에 하고, 새로운 회사로의 출근을 15일부터 하기로 했다 하자. 처우협의 계약서 사인을 출근일과 동시에 잡았다고 하자. 막상 계약서 앞에 앉아 읽어 보니 구두로 했던 계약 조건과 다른 것들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전 회사로 돌아갈 것인가? 지방 근무를 해야만 한다는 조건이라든가, 인센티브 조건이 고성과자에게만 적용된다든가 여러가지 위험 변수는 많다.
이직이 아니라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더 신중해야 한다. 겸업금지 조항에 사인을 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어 작은 시도를 통해 사업 성공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될 것 같다와 스스로 사업을 해서 되게 하는 것의 차이는 어마 무시하다. (프로젝트를 충분히 경험해본 직장인이라면 프로젝트 계획과 실행이 얼마나 다른 모습인지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퇴사 후 바로 원대한 사업을 당장 실행하기 보다는 시간과 에너지를 최소화하여 어느 정도 고정수입을 확보해 두는 것을 권한다. 알음알음 알아보면 회사를 다니며 부업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꽤 많다.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을 알아보고 퇴직하기 전에 월 고정수입을 확보한 상태로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오래 달릴 수 있는 방법이다.
더 나은 행복은 옳은 선택으로 부터 나온다. 자신의 감정을 따르기만 해서는 옳은 선택을 할 수 없다. 먼저 자신의 감정(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또렷이 그려야 한다. 그 이후 그 목소리가 가리키는 길을 나침반으로 확인하고, 소요시간을 확인하고, 가지고 있는 연료를 확인하며 신중하게 실행해야 한다. 꿈은 누구나 꾼다. 꿈을 실현하는 사람이 소수일 뿐이다. 그 차이는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이성적인 계획과 끈질긴 실행에서 나온다.
[퇴사하기 전 체크리스트]
1. 공통
- 전세자금대출 등 회사에 소속되어 받을 수 있는 금융업무를 모두 마쳤는가?
-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결혼비용의 충당을 회사의 도움 없이 할 수 있는가? 아쉽지 않은가?
(축의금, 회사지원 등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도 직장인 신분일 때 미리 받아두는 것이 좋다. 직장인이 백수가 되는 순간, 은행은 단 한푼도 빌려주지 않는다. 전세자금대출, 결혼비용, 결혼식 축의금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 퇴사의 이유를 논리적으로 타인에게 설명했을 때 90%는 납득할 수 있는가?
2. 이직 시
- 이직 회사 처우 협약서에 서명까지 마쳤는가?
- 퇴사와 이직 회사 첫 출근의 기간이 재충전을 위해 충분한 시간인가?
- 이직 하는 회사가 단순히 옆그레이드가 아니라 업그레이드가 맞는가?
- 이직 회사가 새로운 걸 준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거나, 지금 회사보다 정량적으로/가시적으로 더 나은 회사가 확실히 맞는가? (다른 사람들이 어느 정도 납득하는가)
- 이직이 도피의 수단인가, 징검다리의 하나인가?
3. 사업 시
- 사업 초기자본은 넉넉한가?
- 사업으로 인해 수입이 없다고 했을 시 1년 동안 생활 할 수 있는 저축액이 있는가?
- 사업 초기투자금(대출포함) 회수 시점이 너무 길지는 않은가?
- 해당 사업의 성공케이스와 실패케이스에 대한 스터디가 확실히 되었는가?
-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을 때 그 사업계획서로 정부기관이나 타인의 투자를 받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