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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wnscale Aug 27. 2019

원가율 70%짜리 빵을 만드는 사람은 누굴까

<JOBS - EDITOR> by 조수용

     날 좋은 날 스틸북스(한남동)에 갔다. 문을 열자마자 애매한 크기의 검은색 책이 평대에 쌓여 있었다. 책의 이름은 <JOBS EDITOR 에디터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이다. 시리즈마다 특정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번 시리즈는 에디터 직업을 다뤘고 앞으로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 마케팅에 종사하는 사람의 이야기 등 여러 분야의 직업들을 다룰 예정이란다.


     이 책은 직업을 소개하면서도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월급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의 가치관, 일의 의미, 일 하면서 드는 고민 등에 대해 다룬다. 인터뷰이의 직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다.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을 통해 그 직업을 보여준다. 그 중 제주도 빵집 사장님 이야기를 다룬 한 꼭지가 기억에 남는다.


     방송작가를 관두고, 평소 하고 싶던 빵 가게를 연 사장님이 등장해요. 거의 매일 빵이 다 팔릴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었는데, 알고 보니 한 달 수익이 1백만 원 내외라고 하더라고요. 자기 빵 원가를 모른답니다. 알고 나면 넣고 싶은 재료를 못 넣을까 봐 일부러 값을 알아보지 않는대요. 보통 빵집에서 원가를 30%쯤 잡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70%가 아니고 30%가 평균이냐고 놀라면서 반대로 물어오는 모습에, '헐 여기 빵은 내가 다 사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128p


     서울이었으면 어디 있든 꼭 한 번 찾아갔을 빵집이다. 원가율 70% 빵이 얼마나 혜자일까라는 궁금증 때문이 아니라, 그런 빵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 때문이다. 빵이 맛이 없다고 소문이 나더라도 찾아가고 싶다. 원가를 알면 넣고 싶은 재료를 못 넣을까 봐 알고 싶지 않다는 그의 인터뷰를 읽고 좋아하는 것을 바보처럼 하고 있을 그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어떤 표정으로 빵을 만들고, 어떤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어떤 표정으로 가게 문을 닫을지가 궁금했다.


     남들은 바보 같다고 얘기하겠고 솔직히 어느 정도 바보 같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따뜻한 이야기다. 내가 먹고 싶고,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빵을 만들기 위해 내가 먹을 밥은 잊고 반죽을 하는 이름 모를 사람의 손은 분명 따뜻할 것이다.


     사람의 손이 따뜻한 건 이런 바보 같은 구석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서라 생각한다. 가을이 오고 있다. 곧 겨울이 온다. 한 겨울에도 손이 차갑게 식지 않도록 모닥불을 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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