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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wnscale Oct 20. 2024

어떤 가방을 얼마에 만들어야 '좋은 가방'일까

      어떤 가방이 좋은 가방일까? 모두에게 좋은 것이란 없다. 그런 게 있다면 모두가 이미 같은 가방을 들고 다닐 것이다. 완벽한 가방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좇다보면 결국 아무것도 만들지 못할 거 같단 생각이 든다. 모두를 위한 가방을 만들려 하기 보다는 '한 사람'을 위한 가방을 만들어 보려 하는 것이 시작하기에 알맞다 생각했다그러니 '카이'라는 ownscale의 페르소나를 생각하며 그를 위한 가방을 만들 때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를 잘 정리해 보고자 한다. '카이'가 기쁘게 들고 다닐 가방이 무엇일까. 먼저 ownscale의 '카이'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GPT에 저장해둔 'Kai'의 페르소나


     

     '카이'의 페르소나를 바탕으로 가방의 가격, 재질, 형태, 기능을 생각해 보았다. 아이데이션을 가볍게 시작해보고자 지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방이 무엇인지, 인기 있는 가방이 왜 인기있는지를 스터디를 해보아다.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좋은 것을 찾아보며 스펙을 정리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때 타겟고객을 미리 정리해 두어야 스터디의 방향이 잘못되지 않을 수 있다. 타겟고객이 잘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터디를 하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카이'는 30대 중반 직장인인데 대학교 신입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가방을 조사하는 것은 불필요 할 수 있다. '카이'는 직장에서 자기 일에 확신을 가지고 일하는, 신입사원들이 배울점이 있는 '멋진 어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이선균 배우님과 비슷하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가방을 들고 다닐까? 


     일단 회사에서 명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패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단정하게 옷을 입는 남자 직장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가방은 '포터'다. '포터'는 한국에서도 이제 꽤 취급하는 곳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품귀 현상이 있어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포터는 이제 좀 비싸게 느껴지고 너무나 많은 멋쟁이(?)들이 들고 다닌다는 게 단점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방을 험하게 다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몇년을 들면 포터의 나일론 재질이 헤지는 것 같았다. 

포터 탱커 숄더백 라지 사이즈는 40만원이 넘는다

     

     포터는 너무 비싸고, 포터를 레퍼런스로 삼으면 너무 아류같아 보이기에 눈으로 참고 정도만 했다. 29cm, 무신사 등에서 인기 있는 상품들을 찾아보니 마지언타이틀, 블랭코브, 로우로우, 스위치 정도의 브랜드가 보였다.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이 가방을 왜 좋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구매해서 집에서 받아보았다. 원래는 샘플 조사만하고 모두 반품비를 부담하고 반품할 생각이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실제로 들고 다니며 장점, 단점을 더 알고 싶어 구매 확정을 했다. 


구매 전 각 가방의 특징을 간략히 정리한 표

     인기 있는 브랜드의 가방들을 보니 우선 타겟 가격은 20만원을 넘으면 안되겠다 생각했다. 20만원을 넘길 거면 사람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게 브랜딩에 정말 공을 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언타이틀, 스위치가 20만원 정도. 블랭코브는 30만원 가까이 된다. (그래도 포터보다는 싸다) 로우로우는 10만원이 안되는 가격인데 가격대비 만듦새가 아주 괜찮았다. 그리고 이렇게 4개의 가방을 실제로 직접 보며 포터와 비교를 해보았는데 포터의 헤리티지, 브랜딩을 고려하지 않고 (사실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넌센스긴 하지만) 상품의 퀄리티만 보면 40만원으로 살 수 있는 포터를 사는 것이 상대적으로 불합리한 선택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이 4가지 가방 모두 충분히 좋은 가방이었다. 


#로우로우 City walker tote 가방

     우선 로우로우의 city walker tote 가방은 내가 본 4개의 가방 중 가장 저렴하지만 만듦새가 좋은 가방이었다. 수납공간도 충분히 많고 겉소재의 광택도 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노트북이나 기타 전자기기를 넣을만한 공간도 충분해 보였다. 13인치 노트북의 경우에는 전용 수납 공간에 들어가는 정도고 그보다 큰 전자기기면 전용수납공간이 아닌 본 공간에는 들어간다는 설명이 있었다. 13인치 노트북만 전용공간에 들어간다는 건 조금 아쉽긴 했다. 13인치보다 큰 15인치 노트북으로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을 스타벅스에서 꽤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가방과 특이한 점은 가방의 옆 부분에 지퍼가 달린 히든포켓이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간편하게 카드나 작은 지갑, 핸드폰 등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좋아보였다. 이 가격에 단점은 은 거의 없는 가방이었다. 


#스위치 CITY BOYS BRIEFCASE

     스위치의 가방은 가장 인기 있는 컬러인 '베이지'를 구하고 싶었는데 품절이라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성수에서 스위치 팝업스토어를 하고 있길래 지나가며 보았는데 이뻐 보였다. 스위치 가방 외형의 특징은 약간 세로로 길고, 손잡이 스트랩이 가방의 겉과 아래까지 이어져 있는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부 컬러가 아주 강렬한 쨍한 파랑이라는 색이 다른 가방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리고 로우로우 가방의 겉 재질이 빤빤하고 반짝이는 광택감이 있었다면 스위치 가방은 폭신폭신하고 파스텔 느낌이었다. 



     스위치 가방은 다른 가방과는 다르게 가방이 부드러운 느낌이라 좋았다. 브랜드의 쨍한 블루 컬러는 컨셉 컬러겠지만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기에서는 좋은 말이 많았다. 물론 그래서 구매하셨겠지만). 근데 안에 컬러가 밝은 컬러다보니까 안에 있는 물건들이 뭔지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었다. 추가 수납공간도 매쉬소재로 되어 있어서 조그마한 악세서리들을 넣었을 때 쉽게 찾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이런건 벤치마킹) 그리고 위의 뚜껑 부분이 자석으로 개폐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쏟아질게 걱정이라면 지퍼로 잠구면 되고, 그냥 넣다 뺐다 편하게 하고 싶으면 지퍼 안잠구고 뚜껑만 자석으로 쇽 닫으면 편하겠더라. 근데 겉 소재 부분이 잘못하면 낡아 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셋업을 입었을 때 어울릴까?에 대해서 약간 의구심이 생겼다. 스위치 가방이 리뷰한 가방 중에 가장 여러 디테일을 신경쓴 가방처럼 느껴졌고 그게 상세페이지에 아주 잘 드러났다. 상세페이지는 스위치 가방이 확실히 제일 잘 만들었다 생각했다. 향후에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 기능을 소구하는 부분은 스위치의 상세페이지를 레퍼런스로 봐야겠다 싶었다.


#블랭코브 REPORTER BAG

     가장 비싼 블랭코브의 가방. 가격은 '어... 이 가격이면 포터...가?' 싶지만 실제로 가방을 구매해서 살펴보니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일단 겉 재질이 광택이 너무 심하지도, 너무 없지도 않고 고급스러웠다. 격식을 조금 차린 복장이나 캐쥬얼한 복장 모두에도 어울리는 가방이었다. 그리고 수납도 아주 충분하고 안에 있는 전자기기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이 볼륨감이 느껴지는 가방이었다. 메인 수납의 지퍼부분은 방수지퍼로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었고 손잡이도 오랜 시간 동안 가방을 들어도 피로하지 않게 푹신하게 잘 만들어졌다. 심지어 가방에 짐을 넣기 쉽게 거의 유사 캐리어처럼 180도로 가방을 열 수 있었다!



     근데 이 가방의 불편한 점이 있다. 일단 앞주머니에 물건을 넣고 빼는 게 귀찮다. 앞주머니의 뚜껑 부분은 찍찍이 방식과 똑딱이 방식을 모두 쓸 수 있는데 찍찍이가 제대로 안 닫혀서 좀 신경써서 닫아야 하는 게 귀찮다. 핸드폰 쓰자마자 바로 쓱 넣고 싶은데 찍찍이를 떼었다가 다시 닫는게 쉽지 않았다. 쏟아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넣은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불편한 것은 아쉬웠다. 간편하게 처리하는 방법이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메인 수납이 180도로 시원하게 개폐되는 건 좋지만 메쉬가 아니라서 안에 뭐가 들었는지 찾는 게 좀 어려웠다. 스위치 가방처럼 내부 포켓이 메쉬였으면 아주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세로로 긴 상품 정보택을 굳이 저 위치에 달았어야 했을까 싶다. 브랜드 태그도 달려 있고 케어라벨도 꽤 길게 추가로 달려 있으니 번잡스러워 보였다. 


     마지막으로 크로스백용 스트랩은 너무 별로였다. 소재나 디테일이 아주 좋은 가방인데 스트랩은 신경을 별로 쓰지 않은 것 같아 이쉬웠다. 디테일도 없고 어깨가 아픈 걸 방지할 수 있는 어떤 요소도 없어서 아쉬웠다. 다른 가방의 스트랩보다 너비가 넓긴 했지만 자동차 안전벨트를 그대로 달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판교 직장인들이 출퇴근 하는 모습을 보며 어떤 가방을 어떻게 매고 다니나 관찰하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 백팩이 아니면 크로스 형태로 가방을 매고 있다. 손으로 들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많이 사용하는 크로스 스트랩을 이렇게 뽑은 것은 아쉬웠다. 


     그래도 카이가 들고 다닐 가방으로 가장 적절한 건 블랭코브의 가방이었다. 카이라면 30만원 가까운 가방이라고 하더라도 포터보다 수납적으로 편리함이 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 아니라는 점을 좋게 생각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가방은 오래 들고 다닐 수 있는 만듦새이고 카이가 평소 입는 옷 스타일에도 잘 어울리는 가방이다. 첫 거래처와 미팅을 하는 자리에도 들고 다닐 수 있고 평소 출퇴근 할 때도 잘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다. 방수도 되고 노트북이나 보조배터리, 케이블 등을 쉽게 수납할 수 있는 가방이다. 


     카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상품을 고를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실제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방들이 어떤 것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져 있는지도 보았다. 이를 통해 일단 시제품을 만들 스펙을 대략적으로 정해 보았다. 


#가격 

- 가격은 20만원 이하여야 한다.

- 시중에 잘 만든 가방도 20만원을 넘지 않는다.

- 만약 20만원을 넘 기려면 명확한 이유와 가치가 있어야 한다. 


#형태

- 토트백 형태로 한다. 

- 백팩은 이쁘게 만드는 것이 나에게는 어렵다. (이쁜 백팩을 본 것이 손에 꼽는다)


#소재 

- 나일론 방수소재로 한다.

- 광택감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선택한다.

-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려면 광택감이 조금 있는 것이 좋겠다.

- 블랭코브와 로우로우 가방의 사이이거나 둘 중의 어느 한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부자재(손잡이, 스트랩, 지퍼)

- 손잡이 부분은 손으로 쥐었을 때 푹신한 감촉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 더해서 가죽 디테일을 할 수 있으면 부드러운 가죽을 쓴다. 

- 월넛에 가까운 tan 컬러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어깨 스트랩은 어깨에 무게가 덜 느껴지도록 디테일을 고민해서 넣어야겠다. 

- 대중교통에서 토트백을 들고 있는 사람의 거의 모두가 크로스 형태로 가방을 매고 있었다

- 지퍼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디테일로 한다.

- 방수에 효과가 있는 지퍼가 있다면 그 지퍼를 쓴다.


#수납공간

- 수납공간은 앞과 안으로 나누어 본다. 

- 앞포켓은 핸드폰이나 지갑, 카드를 수차례 넣고 빼기 편하게 만든다.

- 쫀쫀한 느낌을 줘서 핸드폰이나 지갑, 얇은 카드도 빠지지 않게 해도 좋을 것 같다.

- 내부 포켓은 매쉬로 작은 주머니들로 여럿 나누어서 물건을 찾기 쉽게 한다.

-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주요 액세서리 종류들은 이어폰, 이어폰케이스, 핸드폰, 보조배터리, 충전케이블, 지갑 정도인데 이것을 각각 구분해서 넣을 수 있게 한다.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등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전용수납공간을 만든다. 

- 충분히 폭신하게 만들고 가방이 어깨 높이에서 떨어져도 액정이 깨지거나, 고장나지 않을 정도의 내구성을 테스트할 수 있다면 좋다. 

- 수납공간의 크기는 15인치 노트북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한다. 

- 16인치가 되면 좋겠지만 그러면 가방이 너무 커보이지 않을까 샘플 보면서 고민해 본다


#추가 디테일

- 가방 밑바닥 부분은 무거운걸 넣어도 처지지 않게 잘 보강을 한다. 

- 잠깐 바닥에 내려 놓아도 오염이 잘 묻지 않고, 묻어도 물티슈로 슥 닦일 정도면 좋겠다. 


     중요한 요소들의 스펙들을 고민했는데 이것들을 모두 구현한 가방은 한마디로 어떤 가방일까 고민해 보았다. 사람들에게 이건 '누구를 위한 것'이고 '어떤' 가방인지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고민했다. 당장 단순하게 한 문장으로 하는 것은 어려워 정제하기 전 떠오르는 문구들을 나열해 보았다. 


#for who?
단정하게 옷 입기를 즐기는 사람
한남동에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30대 직장인
주로 29cm에서 쇼핑을 함
옷을 구매할 때는 오래 입을 수 있고, 여러 상황에 두루 입을 수 있는 베이직 아이템 위주로 구매

#what?
10년 넘게 들어도 오히려 멋있게 낡는 가방
노트북, 보조배터리, 지갑 등 자잘한 액세서리도 충분히 수납되는 수납력
방수, 가벼운 무게 등 기능성을 갖춤
처음 만나는 거래처 미팅에도 들 수 있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노트북 작업하러 갈 떄도 들 수 있음


     지금까지는 혼자서 아이데이션을 하는 영역이었다. 이제부터는 가방 샘플을 만들기 위한 단계를 시작할 것이다. 공장을 직접 찾아가보고, 맨땅에서 헤딩하는 일의 시작이다. 가방을 만들어 본적도 없고, 아는 가방 공장도 없다. 처음이다보니 무시도 많이 당할 것이다. 무시당하면 뭐 어떤가. 나는 대접받기 위해서 이 프로젝트를 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도전을 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자. 진심으로 꾀 부리지 않고 노력한다면 얻는 게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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