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만들기를 이렇게 열심히 할 줄이야
가방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명함을 바로 만들 순 있었다. 하지만 만들지 않았다. 회사 다닐 때는 명함 요청 양식에 맞춰 총무팀에 제출만 하면 뚝딱이었는데 회사를 나와 브랜드 대표로서의 명함을 만들려니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당장 별 건 없어도 '브랜드 대표'로서의 명함이라 생각하니 대충할 수 없었다. 나아가 나의 생각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명함을 만들기도 싫었다.
명함을 만들려고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 보니 대략 아래의 것들이 필요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리 어려울 건 없는데 처음 해보니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명함 만들기를 시작하고 완성된 명함을 받아보기까지 거의 한달 가까이 걸렸던 것 같다.
내가 만들고 싶은 명함 레퍼런스 (디자인, 종이 종류)
레퍼런스를 참고하여 디자인한 발주용 명함 ai 파일
명함 제작 업체에 주문
명함 디자인 뿐만아니라 디자인과 관련된 레퍼런스를 찾는데 유용하게 활용하는 사이트는 단연 핀터레스트(링크)이다. 네이버, 구글, 인스타 같은 곳에서도 찾을 순 있긴 하지만 거기에는 광고글도 많고, 퀄리티도 낮은 작업물들이 많아 의미 있는 자료들을 찾는데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반면 핀터레스트는 작업물의 퀄리티도 모두 평균 보다 높은 편이고, 감도 있는 것들이 많이 모여있다. 플랫폼에 있는 콘텐츠들의 무드와 퀄리티를 어떻게 이렇게 컨트롤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위의 사진처럼 핀터레스트에 '명함'을 검색하면 네이버, 구글에서 검색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검색결과를 볼 수 있다. 파워링크 따위의 광고 없이 레퍼런스만 참고하기에 최적이다. 이렇게 핀터레스트에서 레퍼런스를 검색하는 과정은 꽤 즐겁다. '이런 명함도 있어?'라고 말이 나오게끔 하는 명함들도 핀터레스트에서 볼 수 있다.
감탄이 나올 명함, 아주 눈에 띄는 명함을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흔한 명함과는 조금 다른 명함을 만들고 싶었다. 명함을 받는 사람이 '음?'이라며 잠깐이라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다른' 명함 레퍼런스를 찾다 보니 형압 방식으로 제작한 명함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계로 종이를 눌러서(프레스) 종이에 눌림 효과나 양각 효과가 나게 하는 명함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명함의 일정 영역을 형압 방식으로 누른 게 마음에 들었다. 명함의 직사각형 안에 조금 더 작은 직사각형이 음각처럼 눌린 형태였다. 명함의 큰 디자인의 레퍼런스를 찾고 그걸 PPT에 올려서 브랜드 이름, 나의 이름, 컨택포인트 등의 글자를 써서 명함 내 어디에 있으면 좋을지 배치를 했다. 정확히는 구글 슬라이드로 사각형 도형을 그려가며 명함 디자인을 했는데 이 PPT 파일로는 명함 업체에 발주를 넣기는 어렵다.
ai 파일이란 걸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gpt인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수도. 명함 발주에 쓰이는 AI 파일은 주로 **Adobe Illustrator(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라는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만든 파일 형식을 말한다. 무언가를 디자인하고, 그것을 인쇄할 때 쓰거나, 수정하거나 할 때 주로 ai 파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ai 파일 인쇄 시 최고의 품질을 보장하고 향후 수정 및 활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진 벡터 이미지 파일입니다. jpg 파일들은 수정하기 어렵고, 확대하면 픽셀이 깨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비해 ai 파일은 많이 확대해도 깨지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명함 디자인을 도안으로 그리고 그걸 ai 파일로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명함을 만드는 업체에 발주를 넣을 때 이 ai 파일을 함께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온라인 명함 업체들은 디자인작업까지 함께 하는 곳이 있지만 나는 '크몽(https://kmong.com/)'의 프리랜서에게 일을 맡겼다. '명함'이라고 크몽에서 검색하면 엄청 많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심플하게 하는 편이고 키노트로 대략적인 디자인을 이미 끝내놓았었다. 그리고 브랜드 로고도 ai 파일로 가지고 있었고, 명함에 쓸 글자체의 폰트 파일까지 다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의 디자이너에게 일을 맡기면 좋았을텐데 포트폴리오에 이쁜 디자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프리랜서에게 일을 맡겼었다. 10만원 조금 넘게 들었는데 5만원 미만의 프리랜서에게 맡겼어도 충분했을 거 같다. 본인이 명확하게 원하는 명함 디자인 초안을 작성할 수 없고, 몇개의 레퍼런스 샘플을 줬을 때 디자인 해주는 사람을 원할 때는 많은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상대적으로 고가격대의 프리랜서에게 일을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
원하는 레퍼런스와 구체적인 디자인을 정리한 구글 슬라이드, 브랜드 로고 ai 파일, 문구, 명함에 넣을 기타 정보들에 적용할 폰트 파일을 모두 명함 디자이너에게 전달을 했다. 구체적인 디자인, 브랜드 로고, 폰트 등 디자인적인 요소들은 디자이너분께서 해주시기도 하나 그런 경우 금액적인 부분이 더 든다. 나로서는 거의 모든 걸 준비했기에 기본적인 것만 해주는 디자이너에게 요청했으면 되는데, 브랜드 로고도 만들어주고 폰트까지도 알아서 다 정해주는 비싼 디자이너에게 요청해서 낭비한 경향이 있다. 그래도 커뮤니케이션이 워낙 잘 되어서 그리 아깝진 않다.
명함 디자인의 여러 피드백을 거친 후에 최종 디자인이 적용된 ai 파일을 받으면 이제 명함 제작을 하는 업체를 온라인에서 찾으면 된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도 되고, 구글에서 검색해도 된다. 명함 제작은 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기 때문에 업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나의 케이스에는 '형압' 이라는 추가 공정이 들어가는 명함을 원했기 때문에 업체를 찾는 것이 쉽진 않았다. 직접 찾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명함 디자인 프리랜서 분이 업체도 많이 아실 것 같아서 소개를 부탁 드렸고 그 업체에서 했다.
명함 제작하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명함에 쓰을 종이의 종류를 선택하는 화면이 있다. 없는 사이트도 있는데 그런데서는 안 만들면 된다. 샘플 사진이 잘 구성되어 있는 업체에서 여러 샘플들을 보며 종이 사양을 선택하면 된다. 종이와 발주량을 정한 이후에는 업체에 디자인 파일을 넘긴다. 그러면 업체에서는 ai 파일을 확인하고 인쇄할 시안을 보내주며 확인을 요청한다. 큰 이슈가 일어날 게 없기 때문에 맞다고 하고 발주를 하면 된다. 보통 일주일 안에 작업이 끝나고 배송을 받는다.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지만 첫 명함이 나왔다. 100%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꽤 기분이 좋았다. 형압 부분이 조금 더 두드러졌으면 했는데 다음 명함 만들 때는 종이를 훨씬 더 두꺼운걸 써야지 생각했다.
이제는 명함을 잘 보관하지 않고 '리멤버' 앱으로 저장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명함을 전하는 그 잠깐의 순간에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긍정적인 첫 인상을 주고 싶었다. 이런 생각에 이어 명함의 뒷면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었다. 브랜드의 태그라인 문장을 넣을까, 브랜드 로고를 크게 넣을까 고민하다가 일을 하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 앞으로 함께 일할 업체를 만날 때 잊지 않고 항상 지키고자 다짐하고 싶은 것들을 적었다.
"미팅 5분 전에 도착하겠습니다"
"답장은 당일에 드리겠습니다"
"서로의 이익을 고민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말들이지만 의외로 지키기 어려운 일들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