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만에 조향 수업을 갔다.
선생님은 이제 겨울이니까, 겨울 향수를 만들어 보자 말했다. "겨울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으세요?" 겨울의 이미지는 지난 수업이었던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와는 다르게 아주 선명하게 머릿 속에 떠올랐다.
보통은 살이 에이는 추위와 이불의 따뜻함 또는 연말 파티의 화려함을 생각할까? 나는 일본에서 보냈던 노천탕이 떠올랐다. 눈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하는 침엽수 나무가 있다. 그 위로는 눈이 소복히 쌓여 있고, 그 나무를 바라보며 뜨끈한 노천탕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 몸은 뜨겁고 공기는 차갑다. 따뜻한 물과 차가운 공기의 부딪히는 온도 차에서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나는 그 묘한 겨울의 분위기에 앉아있다.
내가 생각한 이미지를 설명하자, 선생님은 우디 계열의 감미로운 느낌을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에 젖은 흙 냄새와 레몬이나 시트러스처럼 상큼한 향을 제외해야 겨울 이미지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단다. 반면 오렌지나 월계수는 뱅쇼에 들어가는 재료라 겨울 이미지에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레몬은 여름, 오렌지는 겨울. 논리적이었지만 내 후각만으로 구분할 자신은 없었다.
향수를 만들기에 앞서, 매번과 같이 원료 향들을 하나씩 맡아보고, 기록하는 시간을 가졌다. "파스 냄새" "계피 같은 향신료" "갓 팬 장작나무"... 내가 생각한 겨울 이미지에 맞는 향료를 선별하니, 10개가 넘었다. 선생님께도 체크를 받았다. 선생님은 곧 선택한 이유가 있는 지 물었다. 나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 때 나던 나무 냄새, 온천탕이랑 연상되는 깨끗한 면보 향, 겨울에 익숙한 호랑이 연고 냄새 그리고 위스키 한 잔, 그것과 함께 하면 좋을 견과류, 장작나무, 그리고 알싸한 온기. 모두 온천탕의 겨울을 구성하는 조각들이었다.
선생님은 내가 고른 향 중에 여름향이 많다며 시원한 향을 제외하자고 했다. 하지만 모두 뺄 수는 없었다. 시원함을 전부 제거하면 내가 본 겨울이 아니었다. 고집스럽게 조합을 밀고 갔다. 완성 후 내밀자 선생님은 말했다. “좋아요, 시원한데 겨울의 이미지가 분명하게 있어요.”
그렇게 네 번째 향수를 완성했다. 나의 겨울은 차갑고 따뜻하다.
흔한 겨울 향과는 결이 달랐다. 그 모순의 감각이 매력적이었다.
다음에도 계절 향수를 만들게 된다면, 여름은.... 찜질방의 열기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