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를 떠나며
36℃가 넘는 가장 더운 여름날, 꼬박 삼일 동안 밖을 돌아다니며 부동산 투어를 했다.
얼음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냉면도 꾸준히 섭취했다. 그러다 보니 열사병과 장염을 고스란히 얻었다.
내 조건은 간단했다. 창밖으로 자연이 보이고, 조용한 동네. 쉬운 것 같지만, 찾을 수 없었다.
괜찮은 집을 발견하면 1층엔 꼭 음식점이 있었다. 바퀴벌레의 지옥에 두 달간 거주해 보니, 상가 건물은 나를 위협하는 존재였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해, 방의 개수도 점점 줄여나갔다. 그러다 만난 경기 이천의 작은 집.
작지만 삼면이 커다란 통창이었고, 창밖으로는 논과 산이 보였다. 위치 또한 마을회관 바로 옆이라 안전하게 느껴졌다. 마을회관 앞 평상에 앉아 수다 떠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그리고 신축이었다. 예전 같으면 신축은 쳐다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신축 건물은 대체로 내부 구조가 똑같고, 삭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구조가 남달랐고, 자연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온기가 비쳤다.
보자마자 이사 날짜를 정하고, 계약금을 전달했다. 홍은성의 집주인에게도 이삿날을 고지했다. 그는 이삿날까지도 피곤한 사람이었다. 사전에 이 집으로 인해 들어간 비용까지 주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선 세탁기 크기가 작다며 돈을 못 주겠단다. 세탁기를 가져가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미 비용 보상을 전제로 세탁기 있는 집을 구해 놓은 상태였다.
"사전 약속과 다르잖아요."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문자 기록까지 남아있건만, 그는 마트 바닥에 드러누운 어린 애처럼 생떼를 부렸다. 바퀴벌레 같은 집에, 그에 걸맞는 주인이었다.
그 집도, 그 주인도, 그 동네도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두 달의 폐허의 홍은성은 뒤로하고, 리천성이 나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