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그림

관찰 드로잉

by 오월아이

초등학교2학년인가 3학년 때 겨울방학 숙제로 개구리 한 마리를 연필로 그려 간 적이 있다.

그 나이의 아이가 혼자 한 것 치고는 얼마나 비슷하게 그렸던지 엄마도 놀라고, 아빠도 놀라고, 학교에 가져가니 친구들과 선생님도 놀라고 칭찬도 아마 엄청 받았던 것 같다.

교내외 미술 대회도 참 많았던 시절이라 여기저기 다니면서 상장도 수많이 받아가며 나는 우리 학교 대표 ‘그림 잘 그리는 아이’가 되었다.


그때는 진짜 그림을 곧잘 그렸던 것 같은데, 문제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보다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계속 그 이후로 학원도 다니고, 입시 준비도 하고, 그림 외주 일도 하고 손에서 놓은 적 없이 쭉 해왔는데도 말이다.

물론 기술적인 정교함이나 숙련도나 유행과 시대에 맞춰가는 세련됨? 은 장착해 갔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림의 본질적인 무엇인가가 나에게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팥 없는 붕어빵이랄까 뭐랄까 팥이 아니면 슈크림이라도 빵빵하게 안에 채워져 있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닌 속이 빈 붕어 모양 빵 같은..


아홉 살 그때 개구리를 처음으로 똑같이 그릴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렇게 많이 칭찬받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렇게 많은 미술대회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그래도 나는 스스로 내 개구리에 만족하고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웠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또 다른 새로운 개구리를 한번 그려보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지금도 나는 답이 정해져 있는 것보다, 결과를 모르는 것에 훨씬 재미를 느끼니까.

칭찬도 상도 없었더라면, 잘 그려야만 하는 이유 같은 것이 별로 없었더라면, 그림으로 어떤 기준에 꼭 맞춰야 하는 부담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적어도 그림을 훨씬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그림 잘 그리네~ 재능 있네~라는 칭찬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

미술학원에 보내거나 미술대회에 여기저기 내보내서 상장을 받아 오게 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어쩔 때는 입이 근질근질할 때도 있지만 ‘오~ 느낌 좋은데? 오늘 손이 좀 풀리는 날인가 봐?’ 이 정도로 딱 끝낸다. 내 아이들이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보다는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다.


이제 알았으니 이제부터라도 나도 자유롭게 그리고 싶다.

누구의 칭찬도 인정도 필요 없이 —오롯이 나를 위한 나에 대한 나의 그림.





BC438B7A-2D78-44FD-823A-014CE0DD2D28.jpeg 누가 칭찬해 주지 않아도





F7B69FBE-D5F5-495B-94CB-642F5BEE8DE0 (1).jpeg 누가 상 주지 않아도





E0D78046-C2DE-4B03-B09B-B13132562766.jpeg 괜찮아. 내가 나를 칭찬해 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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