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이란?

관찰 드로잉

by 오월아이

인체는 매일 하루종일 보는 사람의 모습이기에 도리어 그리기 쉽지 않은 소재이다.

사실 나에게 인체 드로잉은 어렵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는데 마티스의 색종이 그림이 인체를 표현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특히 실제와 최대한 비슷하게 보일 것)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되어 주었다.

어떻게 하면 잘 그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럴듯해 보일까를 고민하는 대신 한번 가지고 놀아볼까? 하고 손에 힘을 푸는 연습.

희한하게 익숙한 재료보다는 덜 익숙한 재료가, 잘 쓰는 손보다는 덜 쓰는 손으로 그릴 때 힘이 덜 들어가고 더 재미있는 표현이 나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즐겨 쓰게 된 도구 가위. 특히 왼손에 쥐고 자르면 엄청 어렵다.

다행히 당분간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을 듯!


누드크로키를 수업을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드로잉을 많이 해 보는 기회가 생겼다. 수많은 선과 면을 그려가며 작가에게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보통은 스타일에 대해서 뭔가 남과 다르게 남들보다 돋보이려고 애써 본인의 취향이나 특정 방식을 꾸며내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어쩌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꼭 진지하게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게 내 스타일이야~라고 쉽게 말하고, 사실은 슬쩍 유행에 맞춰서 따라 하고 묻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일러스트레이터로 한창 일할 때 '스타일'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 스타일은 곧 내가 발주받는(그림이 팔리는) 것과 연결되었고, 출판 시장은 그 시기에 잘 팔리는 대중성 있는 그림 이미지를 원했고, 대중성 있는 것은 유행과도 연결이 되더라는 것이다.

대중성과 상업성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 맞춰서 나의 진정한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수년 동안 출판사의 마감 일정에 맞춰가며 정신없이 그림을 그려내다 보니 어느새 내가 내 그림을 자가 복제하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게 아니라 '찍어내는'기분이 들 때쯤, 잠시 멈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빨리 내 스타일을 만들어 내려고 쥐어짜 내며 초초해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면서 이게 잘 팔릴까를 고민하지도 않는다.

언젠가는 다시 해야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지금은 나의 진짜 스타일을 찾아가는 게 먼저니까.




스타일이란 자기 손의 개성으로부터, 그리고 우리의 삶과 태도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스타일은 인격이다





작품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캣 베넷 Cat Bennett,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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