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드로잉
나는 늘 내 자리에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학교 다니는 내내 조금이라도 지루한 수업시간에는 늘 딴생각, 딴짓을 하며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대구에 살 때는 서울로 가고 싶었고, 서울에 살다 보니 외국에서 살아 보고 싶었다.
산에 있으면 바다를 꿈꾸고 막상 바다에 가면 또 하늘을 꿈꾸고...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남들보다 조금 불편하고 불안정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나를 부적절한 사람, 부적합한 사람, 그래서 이상한 사람 같은 한 단어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는 것.
왜냐하면 나는 한편으로는 어쩔 때는 다른 '별로 이상할 것 없는' 사람들 보다 훨씬 정상적이고 바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일 뿐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나는 어쩌면 늘 조금씩 겉돌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렇다고 집에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학교에서 친구가 없어서 혼자 지내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집도 학교도 가족도 친구도 뭔가 나와 딱 맞아떨어져서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고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
딱히 그럴만한 이유도 없는데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내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과 죽음이 두려웠고, 잠이 오지 않는 밤들이 걱정되기도 했다. 별문제 없이 다니고 있는 학교도 사실은 늘 가기 싫었다. 학교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을 싫어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곳에는 나에게 불편하고 지겨운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숫자, 시험, 딱딱하고 답답한 교복, 너무 빠른 등교시간, 너무 긴 수업시간 등등.
졸업 후에는 프리랜서로 일해서 다행이지 아마 회사를 다녔더라도 학교 다닐 때와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어쩌다가 사주를 보니 나는 12월 초, 1년 중 가장 춥고 어두울 때 뜨겁게 태어난 불호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추위도 어둠도 더 많이 느끼면서 살아온 것 같다.
(솔직히 사주 때문이라기보다는 주의력결핍장애 ADHD+극초 예민 유전자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는 밝고 따뜻한 계절에서 마음 편안~하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
5월 어디쯤.. 온 천지에 피어나는 연초록 잎들은 항상 내 마음을 신비롭고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나의 그림과 글도 누군가에게 초여름의 연둣빛 같은 위로와 치유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 내가 꿈꾸는 것은... 오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