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드로잉
선인장은 살아남기 위해 변하기로 했다.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에서 한 달 넘게 버티기 위해,
타들어갈 만큼 뜨거운 낮과 추운 밤을 견디기 위해.
촉촉한 잎 대신 뾰족한 가시를, 부드러운 줄기 대신 물통같이 딱딱한 몸통을 선택했다.
그러니 누가 감히 선인장에게 보기 싫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나도 살아남기 위해 변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사는 이곳에는 나 같은 종류의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세상의 시스템은 다수의 사람에게 편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길을 못 찾거나 이해를 못 하거나 익숙해지지 못했다.
그래서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 나도 선인장처럼 그런 것들이 필요했다.
가시라던지 물통 같은 것.
이왕 태어난 거, 그리고 엄마까지 된 마당에 잘 살아남아서 내 역할을 해야 하기에
남들이랑 조금 다르게 생겨먹었어도 뭐 어때? 한다.
그러니 아무도 내 가시 가지고 손가락질하며 뭐라 뭐라 할 수 없는 거지.
하늘의 얼굴은 몇 가지나 될까.
고개만 들면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한 순간도 같은 곳에 머물지 않고,
늘 비슷한 모습인 듯하면서도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셀 수없이 많은 구름과 바람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하나도 무겁거나 복잡해 보이지 않는,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