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과 하늘

관찰 드로잉

by 오월아이

선인장은 살아남기 위해 변하기로 했다.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에서 한 달 넘게 버티기 위해,

타들어갈 만큼 뜨거운 낮과 추운 밤을 견디기 위해.

촉촉한 잎 대신 뾰족한 가시를, 부드러운 줄기 대신 물통같이 딱딱한 몸통을 선택했다.

그러니 누가 감히 선인장에게 보기 싫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나도 살아남기 위해 변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사는 이곳에는 나 같은 종류의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세상의 시스템은 다수의 사람에게 편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길을 못 찾거나 이해를 못 하거나 익숙해지지 못했다.

그래서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 나도 선인장처럼 그런 것들이 필요했다.

가시라던지 물통 같은 것.


이왕 태어난 거, 그리고 엄마까지 된 마당에 잘 살아남아서 내 역할을 해야 하기에

남들이랑 조금 다르게 생겨먹었어도 뭐 어때? 한다.

그러니 아무도 내 가시 가지고 손가락질하며 뭐라 뭐라 할 수 없는 거지.



5D664151-1713-4FC3-8B0E-C8853E56102D.jpeg 다들 가시를 싫어한다




C8B4652D-B689-48D3-A97C-6B517769C0AC.jpeg 나도 그랬다




618209F6-AAEB-49ED-9B26-2972BD889104.jpeg 그래도 선인장은 가시 덕분에 살 수 있다





하늘의 얼굴은 몇 가지나 될까.

고개만 들면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한 순간도 같은 곳에 머물지 않고,

늘 비슷한 모습인 듯하면서도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셀 수없이 많은 구름과 바람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하나도 무겁거나 복잡해 보이지 않는, 하늘.



E2D606A2-6FAD-4849-BC87-6DAE4C68B26B.jpeg 안녕? 구름아





D8AE92B7-1F80-4EB2-9667-3B10D3B60865.jpeg 오늘은 기분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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