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드로잉
무리 생활을 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벌거숭이 힘없는 포유류의 본능인지 몰라도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엄청나게 신경 쓰고 두려워한다나처럼 남 신경 별로 안 쓰고 나름 제멋대로 사는 인간조차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특히 나에게 중요한 부분일수록.
엄마로서 내가 제일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은 나의 아이들이다.
스스로 엄마가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정도에 못 미친다고 느껴질 때, 가장 미안하고 부끄럽고 눈치 보이는 타인의 눈은 나의 두 아이들의 눈동자- 딱 2쌍이다.
엄마가 되어 보니 그 눈들이 나에 대한 실망과 불안으로 흔들리지는 않을까 그것이 가장 두렵다.
작가로서는 이것저것 여러 모로 두려운 편이다.
1. 주변 사람들-‘미술 같은 거 하니 역시 별 볼 일 없네. 돈이나 많이 쓰고 다니겠다 쓸데없이.’
지금까지 내가 미술을 배우는 데 쓴 돈은 미술로 번 돈의 최소 20배쯤 될 거 같으니, 또 지금도 잘 팔리는 유명작가도 아니면서 혼자 멋대로 하고 싶은 작업이나 하고 있으니 가성비 떨어지는 것 맞으니까 누가 그런데도 할 말 없다.
2. 예술하는 사람들- ‘이런 걸 전시회씩이나 열어서 보여 준다고? 별로 예술적이지 못한데? 그냥 취미로만 하는 게 나을 듯.’
큰 상을 받은 적도 없고 알아주는 미술관에서 초청받은 적도 없으니 내 작품이 충분히 예술적인지 나도 모르니 할 말 없고.
3. 예술 안 하는 사람들(대중들)- ‘이 책 하나도 재미없네. 그림도 별로고, 글도 그다지.. 에잇 시간낭비했다.’
나는 나에게 재미와 감동과 지혜를 준 글과 그림들을 만들어낸 작가들을 좋아하고 존경하고, 그들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못할까 봐 두렵다. 감상자가 재미없다고 하면 내가 무슨 할 말이 더 있을까.
나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그것은 내가 가진 재능으로(그건 이제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니) 내가 과연 무엇이 될 수 있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나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두려움이다.
한마디로 내가 예술가가 되고 싶은 지망생이 아닌,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이 더 이상 아닌, 예술을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가 아닌, 예술하는 척하는 가식쟁이가 아닌, 진짜 예술가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런 종류의 두려움에 관한 문제는 나의 오래된 숙제 같은 것이다. 하지만 나도 알고는 있다.
숙제를 과연 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는 그 시간에 한 문제라도 푸는 게 낫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