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먹기 전에, 쓰고 그리기

관찰 드로잉

by 오월아이

주말에 아이들과 집 앞에 있는 산에 갔다.

이름하여 '강제 등산 DAY'

일요일에 그냥 집에서 TV나 유튜브나 보고 싶어 하는 애들을 끌고? 그것도 무려 등산을 하러 밖에 나가기가 당연히 쉽지만은 않았다. 차라리 키즈카페나 가자고 찡찡거리고 난리가 났다.

사실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집에서 뒹굴거리고 싶은 건 바로 나, 엄마라고 요것들아 ㅠㅠ

그래도 파랗게 맑은 5월, 미세먼지도 하나 없는 좋은 날 집에만 있게 하고 싶지 않아서 초콜릿 한통으로 겨우 꼬시고 달래고 협박도 하고 해서 겨우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오만상 인상을 쓰고 입을 삐죽 내밀며 따라오던 아이들도 막상 숲에 들어가니 금방기분이 좋아'져서 생글생글 쫑알쫑알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전날부터 집에서 애들이랑 애들 친구들 파자마파티 시중든다고 잠도 별로 못 자고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는데 숲에 가니 웬일인지 나도 애들처럼 신이 났다.

잎에서 나오는 강력한 피톤치드 덕분인지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초록색으로 온통 뒤덮인 풍경 덕분인지

그러고 보니 등산은 항상 그랬다.

집에서 한걸음 나오기는 힘들지만 막상 마음먹고 산행을 시작하면 생각만큼 힘들거나 어렵지 않다. 오히려 땀이 날수록 힘이 나고, 에너지를 쓰지만 기가 빨려 쳐지는 느낌이 아니라 그 반 대로 에너지가 충전이 된다.

핸드폰만 만지고 있지 않고 밖으로 나오기로 한 '선택'은 더 괜찮은 하루로 나와 내 아이들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 오전, 다시 찾아온 강렬한 내적 저항.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쓰는 것도 좋아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사실 제일 좋은 것은 놀고먹기.

(평소에는 그렇다. 한 번씩 미친 듯이 막 할 말에 목구멍까지 차올라가지고 쏟아내야 될 때 빼고는.)

주말에 밀린 청소와 빨래나 해 놓고 드라마 보면서 빈둥거리면서 쉴 것인가~ 아니면 작업을 할 것인가.

새로 분양받은 도마뱀 유튜브나 보면서 놀 것인가~ 아니면 작업을 할 것인가.

요즘 날씨도 좋아졌는데 온라인 쇼핑으로 쓰는 재미를 볼 것인가~ 아니면 작업을 할 것인가.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정말 작업하기 싫은 날이었다보다.ㅎㅎ

살짝 망설이긴 했지만 결국 나는 커피 한 잔 타서 작업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종이를 꺼내 쓱싹쓱싹 하고, 노트북을 열고 끄적끄적했다.


오늘 뭘 그렸든, 뭘 썼든 상관없이 나를 칭찬해~~

오늘 한 번은 그냥 한 번이지만 내가 이렇게 선택한 시간들이 모여 몇 달이 되고, 몇 년이 될 거고, 결국은 내가 삶을 사는 방식이 될 꺼니가 칭찬해 무조건 칭찬 칭찬.

휴~이제 오늘의 일기 끝! 오늘의 드로잉도 끝!

이제 남은 시간 놀고먹자. 먹고 놀던지.




76962408-054A-4E59-A6D7-F28936DB7F79 (1).jpg 우리 집에 새로 온 꼬물꼬물 도마뱀들




F9E18D8B-2334-482A-B266-3AF8DF569560.jpg 크레스티드 게코라는 종인데 나름 귀엽고 매력도 있고





5EE2E426-11D9-4B06-89D4-55B183E99EA8.jpg 그런데 너네들은 놀고먹기만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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