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싶었다.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니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아, 일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시각적으로 기록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사진을 찍으며 나의 취향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 흐르고 내 사진첩을 열어보니, 유독 구름 사진이 많이 담겨 있었다. 왜 구름일까? 단순히 모양이 예뻐서 찍은 것만은 아닐 것 같았다. 예쁜 구름도 많았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구름이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구름은 형태가 비슷해 보여도 매번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새롭게 떠오른다. 때로는 특정한 모양을 닮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저 구름일 뿐이다. 얇게 퍼져 뒤에 있는 햇빛을 투과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두꺼운 층을 이루어 태양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확실하게 비가 올 것을 티 내기도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뜻밖의 소나기를 몰고 오기도 한다. 하늘을 가득 채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때도 있지만, 때로는 아예 모습을 감춘 채 사라지기도 한다. 가만히 보다 보니 “나는 구름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 존재는 분명하지만, 일정한 패턴이나 규칙은 없는, 우스꽝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생각할수록 구름이 나와 어찌 그리 닮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싫지 않았다. 모순적인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구름은 거짓 없이 그 순간에 충실히 존재한다. 이것이 가장 나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당연히 나와는 다른 부분도 분명히 보였다. 구름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 형태를 바꾸고,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한다. 항상 모든 사람에게 좋은 존재일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도 구름의 특징이다. 이러한 유연함도 내게 부족한 부분이라 배우고 싶지만, 내가 꼭 배우고 싶은 구름의 모습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때로는 사라지거나 연해질 줄 아는 모습이다. 나처럼 언제나 진하게 드러내려고 애쓰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덕목이다. 모든 상황에서 빛이 될 수 없다면, 빛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 참 부럽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시작한 사진 찍기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모습을 채워 나가면 좋을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