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다"는 생각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기 위한 음식이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잘 먹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다. 그래서 간헐적 단식, 단백질 위주의 식단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이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오히려 본의 아니게 스트레스가 되어 폭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왜 지속하지 못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은 간단했다. 나에게 맞지 않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다들 잘하고 있으니 나도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혔고, 그로 인해 불필요한 비교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은 음식과 식습관은 분명 유익하며, 관련 정보도 넘쳐난다. 하지만 그중 한 가지 방법을 무작정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동안의 실패는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식재료를 나열해 보았다. 라면, 치킨, 피자와 같은 고칼로리 음식들이 먼저 떠올랐지만, 달걀, 버섯, 양파처럼 건강해 보이는 재료들도 꽤나 많았다. 이 리스트를 바탕으로 딱 정해진 식단을 구성하기보다는, 건강해 보이는 식재료들을 활용해 간단하고 건강한 조리법으로 요리를 만들어 먹어보기로 했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가끔은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을 고민하지 않고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다음으로는 내 생활 패턴에 맞춰 적절한 식사 시간을 정했다. 딱 정해진 시간보다는 대략적인 범위가 필요했다. 우선 저녁은 늦어도 8시 이전에 먹기로 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7시쯤 되므로, 운동을 가기 전에 간단히 먹기로 했다. 물론 저녁 약속이나 일정이 있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되, 메뉴나 섭취량은 조절하려고 했다. 점심은 회사에서 도시락을 챙겨 먹기 때문에 비교적 규칙적으로 먹을 수 있었고, 아침은 원래 잘 챙겨 먹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먹어보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나니 부지런해져야 했다.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고민하고, 직접 요리해야 했으며, 다음 끼니까지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그 수고보다 음식 준비 과정과 그 후의 만족감이 훨씬 컸다. 주방과 냉장고가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늘 더부룩하던 속이 한결 가벼워졌다.
다행히 내가 정한 음식 종류와 식사 시간은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기준이거나 당연하게 행하고 있던 행동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건강하지 않은 음식과 야식으로 무너져 있던 식습관을 바로잡은 것이기에 안도감이 컸다.
단순히 몸을 좋은 음식으로 채우기 위해 시작한 행동이 뜻밖에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