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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훈 Aug 24. 2024

비상을 위한 목표

나는 뭔가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평소에는 상황에 맞춰 해야 할 일을 효율적으로 잘 찾는 편이라, 비효율적으로 일을 하거나 방향과 순서를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사람을 보면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딱 그런 상태라는 것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였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어떻게든 채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여러 정보를 접했다. 그런데 이건 정말 개판이었다. 하루는 동기부여를 높이기 위해 관련 정보를 주구장창 접했는데, 동기부여가 되기는커녕 ‘저렇게까지 빡세게 해야 해?’라는 생각만 들었다. 사기만 저하될 뿐이었다. 또 다른 날은 잘 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접했는데, 성공의 과정보다는 현재의 그들의 모습과 지금의 나를 비교하기에 바빴다. 접한 정보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나와 맞지 않는 정보를 찾고 접하고 있는 내 잘못이었다. 체력적으로도 지쳤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로 인해 불필요한 비교가 많아졌고, 자기 합리화로 가득 찬 한탄으로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나의 잘못된 부분을 알아차리기도 어려웠다. 점점 정보가 독이 되고 있었고, 명확한 방향이 없어 모든 것이 조잡하다고 느끼면서도 마음이 조급해져서 이미 접했던 정보와 비슷한 것들을 반복해서 찾고 있었다. 내가 딱 싫어하는 비효율적이고 우왕좌왕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스스로도 나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던 나는, 결국 오디오북이라는 매체까지 도달했다. 핸드폰 요금제에 옵션으로 있었지만,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매체였다. 많은 양의 정보를 갈망하다 보니, 책을 누군가가 대신 읽어준다는 것이 매우 합리적으로 보였다. 지금의 상태로는 책을 읽을 여유조차 없었기에 오디오북의 장점이 크게 느껴졌다. 많은 종류의 오디오북 중 눈에 띄는 제목이 있어 재생버튼을 눌렸다. [어른공부] 제목만으로도 나를 채워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미 너무 많은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접하다 보니, 썸네일과 제목에서 자극이 없으면 클릭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른공부]라는 제목이 내 관심을 끌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에게 딱 필요한 나침반을 발견했다.


“한 줄의 비문을 써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야.”

“그 여인은 이제 한 줄의 글을 써놓고 힘차게 비상할 거야.”

이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도 비상하고 싶다. 그리고 꼭 비상할 것이다.


나는 목표가 없었다. 모든 일에는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를 통해 집중해야 할 것이 결정되고, 순서가 생기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정해진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 자신이 바보 같았다. 목표라는 두 글자가 내가 지금껏 무의미하게 집착하던 정보를 멈추게 했다.


비상할 수 있는 하나의 문장,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뚜렷한 목표가 될 것이다. 아주 멋지고 찬란한 비상을 위해, 나는 정확한 목표를 정하기로 했다. 어떤 문장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한 문장은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든지 꺼내 볼 수 있는 정확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물론 문장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나만의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째, 직업을 유추할 수 없도록 할 것. 직업에 국한된 삶의 모습이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가지더라도 이룰 수 있는 비상을 원한다.

둘째, 부와 명예가 드러나지 않도록 할 것. 돈을 많이 벌고 싶고 인정욕구도 강하지만, 부와 명예가 충족되어야만 이룰 수 있는 삶은 원하지 않는다.

셋째, 언제나 사랑할 수 있는 문장일 것. 삶의 목적이 뚜렷하고 명확하여, 그 자체로 만족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삶이면 좋겠다.


이렇게 기준을 정하고 엄격하게 심사했다. 수십 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아주 마음에 드는 문장이 완성되었다.


“따뜻한 품은 기대기 좋았고, 내미는 손에는 선함이 담겨 있으며, 혼자보다는 함께 걸어가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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