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훈 Oct 26. 2024

인파 속에서 마음의 여유 찾기

최근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해보니 ISTJ가 나왔다. 처음 MBTI 검사를 했을 때는 INFP였던 것을 떠올리면, 첫 글자인 ‘I’만 빼고 나머지가 모두 바뀐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이 변화에 “검사 잘못된 거 아니야? “라며 놀랐지만, 나와 주위 사람들 모두 ‘I’만큼은 확실하다고 느꼈다. 나머지 세 가지 성향은 어느 쪽에 가깝든 상관없이,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에너지를 회복하기 때문에 ‘I’는 분명히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꼭 필요하다. 말 그대로 나의 충전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인파 속에서 사람 구경을 즐긴다. 혼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내겐 재밌고 흥미로운 일이다. 구경하며 사람들을 평가하기보다는, 마치 풍경을 감상하듯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을 관찰하며 그들의 상황을 추측해 본다. 이런 생각들은 깊이 이어지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나의 시선을 따라 금세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가곤 한다.


물론, 우리나라 정서상 사람을 오래 쳐다보면 불쾌하게 여길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적은 곳에서는 이런 행동을 자제한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곳을 찾는다. 혼자 있는 공간이 나의 주된 충전의 장소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 또한 나에게 또 다른 충전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 행동이 왜 나에게 충전이 될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큰 카페를 찾아 음료를 시킨 후 사람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족, 커플, 공부하는 사람,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사람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천천히 시선을 옮기며 한 사람씩 구경하다 보니, 이들이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내 시선에서 그들의 행동을 판단하게 되지만, 곧 그들의 입장에서 상황과 행동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그렇게 시선을 조금만 조정하면, 그 순간이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시간인지 조금은 보인다. 나는 그저 짧은 순간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을 뿐이기에 그들이 시간을 잘못 쓰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권리도, 이유도 없다. 그래서 나는 더욱 부정적인 판단을 피하려 노력한다.


가득 차 있던 음료를 다 비우고 나서야 사람들을 구경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던 시선을 거두어 나 자신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1. 비슷한 사람은 많아도 똑같은 사람은 없다.

2.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3. 혼자 있는 사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더 밝아 보인다.


생각들을 정리하고도 어느 정도 생각의 시간을 가지고 나니, 내가 왜 이 행동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첫째, 각자가 다름을 인정하게 된다.

사람들을 구경할 때는 부러움을 잘 느끼지는 않는다.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 재력이 많은 사람, 사회적 지위가 높아 보이는 사람 등 충분히 부러워할 만한 사람들도 보이지만, 단순하게 나와 다른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고 오히려 그 순간에 행동과 상황에 더욱 집중을 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교보다는 각자의 삶이 다르고, 모습이 다르고, 주어지거나 해야 하는 역할이 다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다름을 인정하게 되면서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의 공간은 파도처럼 순간순간 강하게 들이치는 비교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것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방파제가 된다.


둘째, 건강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적으로 그런 사람들은 외면이 아닌 내면에서부터 단정함과 따뜻함이 드러나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결제를 할 때 카드를 두 손으로 정중하게 건네는 사람,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 우연히 눈이 마주쳤을 때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는 사람,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사람 등 무심코 지나가는 행동이지만 꾸준한 배려가 묻어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보면 참 기분 좋은 자극을 받는다. 나도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꼭 자극의 기억이 되살아나 나도 동일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게 된다. 어쩌면 그 행동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욕심내는 것 같다.


단순히 재미로만 여기던 나의 은밀한 취미가 알고 보니 마음속 여유를 갈망하고 바라던 나 자신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답을 얻은 순간이다. 결국, 나에게 사람 구경은 단순한 재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나에게 다름을 인정하게 하고, 긍정적인 자극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하는 소중한 충전 시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