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이작도로 향하는 아침 배를 타기 위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배가 출발하자 피로가 몰려왔고, 대이작도로 향하는 두 시간 동안 깊이 잠들어 도착 방송 소리에 정신없이 깨어났다. 아침에 무겁게 느껴졌던 배낭의 무게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배에서 내렸다. 그러나 선착장을 벗어나자 금방 배낭의 무게가 어깨에 실감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용한 섬의 분위기와 좋은 날씨, 그리고 눈에 보이는 바다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무거움은 금세 잊혔다.
목적지를 향해 망설임 없이 걸었고 가파른 언덕을 하나를 지나니, 미리 알아둔 백패킹이 가능한 장소에 도착했다. 선착장에서 약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좋은 자리들은 이미 다른 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있었다. 나는 작은 텐트와 간소한 장비로만 꾸린 백패킹으로 그리 넓지 않아도 되는 작은 공간만 필요했기에, 다행히 해변을 마주한 작은 자리를 찾아 나만의 공간을 마련했다.
대이작도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다와 산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섬이 크지 않아 바다도 산도 걸어서 갈 수 있었다. 한참 동안 바다를 눈에 담은 후, 물 한 병을 들고 산으로 향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점점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졌고,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본 섬의 전경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자연 속에서, 나는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아쉬움이 남아 중간에 있는 정자에 들러 또 한 번의 휴식을 즐겼다.
한여름의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날씨 탓에 산행으로 인해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그래서 샤워를 하기 전 바다에 들어가 물 위에 몸을 맡겼다. 대부분 물놀이를 마치고 저녁시간을 즐기기 위해 정리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해변에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물속은 조용했다. 물에 떠 있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롯이 깊고 넓은 바다와 나 자신만이 존재하는 순간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가지고 온 음식을 먹은 후 잠에 들었고, 어느새 다음 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정리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여유롭게 일어나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돌아가는 배를 오후로 예약해 두었기에 느긋한 아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 여유 속에서 문득 생각에 잠겼다. 이번 백패킹은 내가 원하던 진정한 휴식에 매우 가까웠다. 하지만 또 다른 생각이 스쳤다. ‘꼭 백패킹이어야만 이런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걸까?’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이내 “그렇지 않다”는 나의 생각을 답으로 정하기로 했다. 자연과의 깊은 교감,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굳이 배낭을 메고 떠나는 여정이 아니어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스스로 내린 답을 가지고 나만의 휴식 방법을 더 찾아보기로 했다.
앞으로 내게 맞는 휴식을 차곡차곡 채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