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를 가져와 정말 자주 쓰거나 입는 물건을 제외한 나머지를 하나둘 담기 시작했다. 그제야 내가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중 얼마나 쓸모없는 것들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책, 사무용품, 개인정보가 빼곡히 적힌 서류, 입지 못하게 된 옷들, 심지어 존재조차 잊고 있던 물건들까지. 내 손끝을 스치는 모든 물건들이 나의 과거를 보여주었다.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얼마나 많이 소비하며 살아왔는지 새삼스레 느껴졌다.
특히 눈에 띄게 부피만 차지하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종이가방들과 상품 포장용 박스들이었다. 이미 안에 있던 물건은 사라지고 텅 빈 껍데기만 남은 것들이었다. “언젠가는 쓰겠지”라는 생각으로 쌓아둔 것들이 단 한 번도 쓰이지 않은 채 내 공간을 잠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억울하기까지 했다.
물건을 정리하다 보니 쓰레기봉투가 부족해 추가로 사 와야 했다. 반면, 좁디좁던 원룸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물건으로 가득했던 철제 선반까지 해체하게 되었다.
이제 쓰레기봉투는 한쪽에 잘 쌓아두었다. 나는 2~4주 동안 정말 자주 사용하는 물건으로만 생활해 보기로 했다. 만약 그 기간 동안 꼭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쓰레기봉투에서 꺼내 사용하고, 그 물건의 자리를 정해줄 생각이다. 그 시간이 지나고도 쓰레기봉투에 남아 있는 물건들은 버리거나 중고 거래로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채움의 시간보다 비움으로 얻는 채움이 더 크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도 재미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직 한 번도 쓰레기봉투에서 물건을 꺼내본 적이 없다. 과연 내가 정한 기간이 끝난 후, 쓰레기봉투 속 물건 중 다시 내 소유가 될 것이 얼마나 있을까? 그 답을 마주할 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