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의 실현은 어렵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딸을 키우는 건
내겐 늘 로망이었다
작고 귀여운 딸아이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다가
맛있는 게 있으면 넣어 주고,
예쁜 게 있으면 꺼내서 보여주고..
하지만 막상 딸을 낳고 보니 그토록 원하던
로망의 실현은 생각했던 것보다 적응해야 할 것도,
익혀야 할 것도 참 많았다
부심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항상 만져지는 것,
어느새 나의 오랜 동반자가 되어.
손 닿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에서나
늘 대기하고 있는 머리끈은
나도 모르게 늘 내 오른쪽 손목에 둘러져 있다 ㅎ
그녀의 변덕은 마치 갈 때와도 같아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데..
머리를 묶어줄 때면 그 변덕은 절정에 이른다.
양갈래머리로 해달라고 했다가 잠시 후 자기가 한 말을 잊은 듯 똥머리로 해달라고 했다가 빗질에 머리카락이 조금이라도 당겨지기라도 하면 불같이 화를 내곤 한다
하지만 나도 이젠 내공이 많이 쌓여서
양갈래 머리에서 똥머리로 바꾸는 건 일도 아니다
주중의 하루는 원복이 아닌.
자유복을 입는데 그날만 되면 그녀의 런웨이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젠 그 기다림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기다릴만하다
한여름의 엘사 드레스만 고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요즘엔 그녀를 씻기면서
불현듯 이 귀여운 엉덩이를 볼 수 있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잠잘 시간이 되면 이런저런 주문도 많고
갑자기 목도 마르고 쉬야도 마렵고..
파야 할 코딱지도 많은 그녀
나는 원하던 로망을 얻어
인내하고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았지만..
그녀의 그 귀엽고 예쁜 얼굴을 마음껏 만질 수 있어서
그래도 이 로망이 나에겐 너무나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