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힘들다..
날씨가 조금씩 풀리며 따뜻한 공기와 함께
킥보드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 시즌이 오면 거의 매일 킥보드를 타는 아이 때문에
나도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걱정부터 앞선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킥보드 놀이는
킥보드를 탄 아이를 잡아야 하는 잡기 놀이다
킥보드를 타고 도망가는 아이,
그리고 그걸 뛰어서 쫓아야만 하는 나..
보통 힘든 게 아니다..ㅜ
입에서 타이어 맛이 올라온다..
킥보드를 타고 도망가는 아이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나와 아내는 정말 죽을 맛이다..ㅠㅠ
그래서일까?
날씨 좋은 주말이 우리 부부는 무척이나 두렵다
평균보다 적은 나이에 부모도 아니다 우린..
나이가 많은 부모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아이는
주말마다 킥보드를 타러 나가자고 보채기 일쑤다ㅜ
이러다가 정말 단명할 수도 있겠단 생각에
우리 부부가 짜낸 아이디어는 성인용 킥보드~
" 그래 킥보드를 타고 도망가는 아이를 킥보드를 타고 쫓아가면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야!"
당근에서 아주 괜찮은 성인용 킥보드를
마음에 드는 금액으로 구매했다~
'다 주거써~ㅎ'
그리고 지난 주말은 날씨가 참 좋았다!
아이와 함께 킥보드 대 킥보드 잡기 놀이를 하기 위해
우린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아이도 킥보드를 가지고 나온 아빠가 신기했는지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멋지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마침내 아이와 킥보드 잡기 놀이를 시작했고
킥보드로 도망가는 아이를 키보드로 쫓아가니
마치 축지법이라도 쓰는 것처럼
그야말로 신세계였다~~ㅎ
킥보드가 이렇게 재밌는 건지 타보기 전엔 몰랐다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쌩쌩 달리는 이 기분~
발 몇 번만 굴러주면 그녀의 뒷덜미가 어느새
손끝에 닿을 듯 가까워지고
뛰어서 쫓아갈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이 편안함~
그리고 이 시원함~
그간의 생고생이 내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열심히 잡기 놀이를 하고 잠시 그늘에 앉아
목을 축인 우리는
흐르는 땀을 닦고 잠시 말없이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만족스러운 얼굴로
" 정말 재밌었다. 작생아 그렇지?"
라며 말을 걸었는데
웬일인지 그녀가 조금은 뜨뜨 미지근하게 대답했다
"음..."
"왜 그래 작생아? 별로 재미가 없었어..?"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서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청천 병력과도 같은 대답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