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당의 임차인 인터뷰
폐업을 하고 한참이 지났음에도 SNS에서 회자되는 가게 있습니다. 너무 그립다, 가게를 내놓으라 등등의 글들부터 옛이야기까지 이어지는 가게인데요, 도대체 어떤 가게이길래 폐업 후까지 이토록 사랑받는 걸까요? 가게를 하는 많은 사장님들의 꿈이 내 가게가 그런 가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 우리 함께 홍대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한 잔의 룰루랄라>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홍대 외곽의 인적이 드물던 상가에 한 잔의 룰루랄라 이야기가 생기고 거리가 생기고 상권이 생긴 지 10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찾는 발길이 뜸하던 이 거리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주변의 가게들은 한 잔의 룰루랄라 덕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한 잔의 룰루랄라는 만화를 중심으로 한 카페였다고 합니다. 만화가들을 비롯한 만화 애호가들이 모였던 곳이었는데, 그러던 중 한 잔의 룰루랄라 단골이던 한 인기 음악가가 그곳에서 공연을 했고 그것이 입소문이 나면서 홍대 인디 음악가들의 성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저 가볍게 시작했던 공연인데 꾸준해지자 문화가 형성됐고 문화가 꾸준해지자 상권이 생긴 것이죠.
만화에서 음악으로 이어진 이 카페는 사실 맛집이기도 합니다. 이성민 임차인의 비법이 담긴 카레를 먹으러 오는 맛집 탐방가가 있을 정도로 말이죠. 룰랄레라 불리던 그 카레는 폐업 후에도 사람들이 그렇게나 그리워해서 카레집이라도 다시 열어 달라 성토할 정도라는군요. (저도 먹어 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카레도 먹고 다른 곳에선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음악을 듣기도 하고 만화책도 읽으러 단골들은 이곳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냥 지나다가 분위기가 좋아 들어오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보고 호기심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공연을 보러 오기도 하는 등 정말 홍대 그 자체의 이미지가 이 한 잔의 룰루랄라에 집적되었다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역세권도 아니고 건물 1층도 아니고 유동인구가 많지도 않은 애매한 위치인데도 지방에서도,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은 늘어만 갔습니다. 카페 문 여는 시간이 늦어지면 원래 그렇다는 듯 근처 카페에 잠시 자리를 잡거나 서점을 둘러보며 여유를 즐겼고 공연이 끝나면 주변의 고깃집이나 횟집을 찾아 뒤풀이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나도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 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는데, 몇 번 언급했지만 아쉽게도 2019년 봄에 10년 넘게 한 자리에 있던 한 잔의 룰루랄라는 폐업을 했습니다. 근처의 모 백화점의 개발로 부동산 바람이 불면서 여러 이유로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었고, 그렇게 한 잔의 룰루랄라의 상가와 상권이 사라져 버리게 된 거죠.
부동산 시장에서는 한 잔의 룰루랄라와 같은 가게를 키 테넌트라고 부릅니다. 핵심 정포라는 뜻인데요, 상권을 만들어가는 메인 상가인 키 테넌트에는 반드시 콘텐츠가 있습니다. 콘텐츠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집니다. 이미 한 잔의 룰루랄라의 역사에서 증명이 됐지만, 로컬 브랜드여도,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부동산 시장에서 말하는 A급 키 테넌트 역할 그 이상의 것들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건물의 재산으로써의 가치뿐 아니라 사람이 왕래하고 모여드는 공간으로써의 공공성도 함께 고민하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문화의 가치를 함께 키워갈 수 있는 임대인이 있다면 다시 가게를 오픈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전까지는 지금의 자유를 좀 더 만끽하고 싶습니다."
[참고] 룰루랄라, 난 너를 좋아했어 (한겨레 21, 구둘래) / 유쾌한 작별 위한 길고 소박한 축제 (시사인, 김영화) / 차 한 잔에 음악 한 모금, 즐거워라 카페 공연 (한겨레, 구둘래) / 하나쯤 있어야 할 문화공간이 왜 사라져 갈까 (경향신문, 김태훈) / 칠룰루팔룰루 하세요 (한겨레 21, 김송은) / 만화가 주인인 곳 향기가 남다르네 (시사인, 변진경) / 한 잔의 룰루랄라 이성민 대표 :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인물 인터뷰 (스트리트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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