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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요 Aug 16. 2024

글 써서 100만 원 번 여자

글 쓰는 재주가 있나 봐


"안녕하세요~ 여기는 사단법인 ******입니다. 이번에 공모해 주신 수기가 상을 받으셔서 연락드렸어요"

"아.....!! 네! 정말요?"

"시상식에 오실 수 있으신지 여부를 확인하러 연락드렸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이 예정인데 오실 수 있으신가요?"

"네! 가능합니다. 근데 혹시 무슨 상일까요..?"

"수상작들의 상은 시상식 당일에 공개될 예정이라서요"

"아.. 혹시 미리 알려 주실 순 없는 거죠?"

"네~ 좋은 꿈 꾸시고 오셔요^^"

"네 감사합니다. 그날 뵐게요"


새로 이사 갈 집의 침대와 식탁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때마침 가려던 곳이 친구집 근처라 같이 가구도 고를 겸 얼굴도 볼 겸 친구를 불러 데리러 가던 도중 전화를 받았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두근거리는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은 채로 친구를 차에 태웠다.


"나 공모전에 수기 낸 거 상 탔데!"

"너 진짜 글 쓰는 재주가 있나 봐. 예전에도 라디오에 사연 보내서 상품 타고 그랬잖아"

"어? 너 그거 어떻게 알아?"

"네가 라디오에서 사연 보내서 고데기받은 적이 있는데 집에 있으니까 필요 없다고 나 준 적 있었어"

"그랬었어? 아. 맞네! 나 라디오에 5번 사연 보냈었는데 3번 소개됐었어!"

"너 앞으로 공모전 같은 거 꾸준히 나가봐"


나는 글을 쓸 때마다 구독자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임한다. 내 능력보다 분에 넘치는 관심을 받는다 생각하고 구독자님들이 늘어난 것도 '시기를 잘 만나 운이 좋았다'라고 여긴다. 모든 인연과 일은 때와 시기를 잘 만나야 하고 아무리 좋은 기회도 적절한 시기와 때가 맞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 나의 경우는 그 모든 것이 잘 맞아 좋은 기회가 생겼고 독자님들께 노출될 기회가 많았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나에게 공모전 입상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나의 글쓰기가 나의 홈그라운드(브런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인정되었다는 것. 게다가 이 공모전의 심사위원은 현직작가분이셨기 때문에 나의 글쓰기가 다른 면모로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나 정말 글 쓰는 재주가 있을까..?'


공모전의 주제는 가족이야기였다. 브런치에 올려진 글을 대폭 축약해서 A4용지 한 장 반의 분량으로 제출했다. 갈등과 화해, 용서, 아이들과의 화합순으로 적은 글의 내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하다는 이야기였다.

 

시상식 당일,  같이 가기로 해놓곤 시상식 말고 친구와 놀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잔뜩 토라져버렸다. 다들 가족들과 같이 올 것 같은데 나만 혼자 가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엄마가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구나. 기분이 나빠진 나를 보곤 아차 싶은 아들이 "아니에요. 갈게요! 엄마랑 가고 싶어요!" 몇 번을 사과했지만 서운함이 앞섰던 나는 "기분 나빠서 너랑 안 가고 싶어. 혼자 갈 거야"라고 유치하게 굴고 말았다.   


나의 태도를 보곤 더 이상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은지 아들이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후회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어른인데, 이렇게 굴어서는 안 되었는데.. 내 성질대로 정말 시상식에 혼자 간다고 해도 그렇게 보낸 라온이도 혼자 간 나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는데.. 나갈 때쯤 아들에게 다시 말을 걸어 같이 나가자고 말해야겠다' 사과의 말을 준비하며 외출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10분 여가 지난 뒤 아들이 들어와 내게 말을 걸었다. "엄마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얘기해선 안되었던 것 같아요. 서운하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아들이 혼자 방에 들어가 잘못된 점을 생각하고 엄마한테 사과를 할 말까지 정리해서 나왔다. 이때까진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강제성을 띈 반성과 진심이 들어있는지 모를 사과를 받으며 문제가 종결되었다면 이번은 경우가 많이 달랐다. 아들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말로 내게 사과를 했다. 


그 사실이 너무 고맙고 유치하게 굴은 내가 역시나 어른스럽지 못했구나 생각이 들어 나도 아이에게 사과했다. "엄마도 어른스럽지 못하게 굴어서 너한테 너무 미안했어. 안 그래도 엄마가 다시 너한테 손 내밀려했는데 먼저 손 내밀어줘서 너무 고마워" 한바탕 소란을 뒤로하고 시상식장을 향해 손잡고 출발했다. 


출발하면서도 무슨 상을 받을지 가늠이 전혀 안되었다. 상금 없이 상품이 있는 상과 장려, 우수, 최우수, 대상의 순서였는데 장려상부터 25만 원의 상금이 걸려있었다. 기왕이면 상금이 있는 상을 받고 싶은 생각은 시상식에 오는 누구나 할 테지만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싶지 않아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도착한 시상식장 장소는 협소했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있었다. 국회의원이 6~7명가량 있었고 경찰서 팀장님과 주최 측, 심사위원 작가님과 사회자인 배우분, 봉사자 분들, 수상자들과 그의 가족들로 인해 준비된 의자가 모자라 뒤쪽까지 사람들이 빽빽이 서있었다. 나는 조금 서둘러 도착한 덕에 앉아 있을 수 있었는데 5분만 늦었어도 자리에 앉지 못할 뻔했다. 


심사위원작가님께서 심사평을 말씀하실 때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솟았다. 자신이 일 년 전 딱 이 시기에 암선고를 받아서 세상이 끝났다 생각하셨었다고. 그렇게 인생이 끝난 것처럼 울기만 했었는데 일 년 뒤 여러분들의 글을 읽으며 이런 자리에 앉아 있을 줄 어찌 알았겠냐 하셨다. 여러 분들의 삶을 글로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렇듯 한 치 앞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생이 더욱더 아름다운 것 같다는 말씀에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역시 일 년 이렇게 글을 쓰고 수상까지 하게 예측조차 하지 못했으므로


차례대로 수상자의 이름이 불리고 장려상에서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아들과 나는 눈을 마주치며 이게 무슨 일이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우수상에서도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아들과 나의 눈이 더 커졌다. 이 위로는 최우수상과 대상, 즉 1등과 2등만 남아있었다. '주최 측이 실수를 해서 수상자가 아닌데 나를 불렀나? 하는 마음과 설마 내가 1~2등의 자리 중 하나라고?'라는 마음이 공존하며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다. 


최종 두 명의 이름이 불리었는데 그중 하나가 내 이름이었다. 무척 부끄러운 마음으로 불려 나가 어떻게 수상소감을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최우수상에 입상했다. 100만 원의 상금도 놀라웠지만 170명의 지원자 중 나의 글이 두 번째로 뽑혔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으로 상을 받았다. 


글쓰기로 작정한 날부터 나는 나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글로써 나를 파헤치고 스스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독자님께는 글로 풀어진 나의 인생을 낱낱이 보여드린다.  그리고 그런 내가 남에게, 내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 나는 오늘도 글로 갱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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