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사망일자로부터 한 달여 후, 더 이상 이리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살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각종 서류를 모아 보험사마다 들러 보험금을 신청하러 다니기 시작하고 동사무소에 들러 한부모가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상담을 받았다.
당시 차에는 언제든지 제출할 수 있도록 남편의 사망진단서, 남편의 사망여부가 찍혀있는 가족관계증명서,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나를 기준으로 받은 각각의 기본증명서, 등본등의 서류를 항상 구비해 놓고 다녔다. 언제 어디서 서류가 요구될지 몰랐고 대개 각 보험사와 은행, 기관에서 요구하는 자료가 거의 같았기 때문에 몇 장씩 대량으로 구비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드렸다. 그때마다 가장 위쪽, 제일 먼저 챙겨지는 서류가 남편의 사망신고서였다.
한 보험사의 창구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 때의 여직원분이 사망보험금 서류신청을 모두 마친 후 막 일어나려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상심이 크시겠어요. 어떻게 된 일이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남편이 너무 몸을 돌보지 않고 일을 했었어요. 호프집 장사를 했었는데 밤낮이 바뀐 상태에서 15년 가까이를 일했죠. 매일같이 소주도 두병씩 마셨었어요. 일 년에 안 먹는 날이 5일 정도 되었으려나요. 약이 듣질 않는 두통이 너무 심해 병원에 갔더니 이미 손 쓸 수가 없는 상태의 뇌종양이더라고요"
"아... 저희 남편도 너무 몸을 돌보질 않아요"
여직원은 진심으로 나를 안타까워하다가 이내 자신의 남편 걱정을 했다. 약간의 남편 흉을 보기도 했는데 "남편분 건강 잘 챙겨드리세요"라 말하며 씁쓸한 얼굴로 웃으니 느끼는 바가 많은 묘한 표정을 하였다. 오늘도 내 이야기로 하여금 다른 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댁 가족들과의 모임에서 유족연금이 언급되었다. 나는 유족연금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었는데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는 말만 듣곤 밥을 먹으며 '그런 제도가 있구나' 하고 넘겼었다. 보험금을 신청하러 다니면서 유족연금이란 단어가 생각나 연금공단에도 방문하게 되었다. 솔직히 사전조사 없이 무작정 방문했던지라 받을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었다. 남편의 나이가 젊은 데다 연금이란 것은 보통 나이가 들거나 장애가 있을 때 받는 것이라 생각했어서 전혀 기대 없이 방문했다.
방문한 연금공단에는 유족연금을 신청하는 창구가 따로 있었다. 다른 창구와는 달리 대기줄이 없어 바로 가서 여쭤볼 수 있었다. 아무런 기대 없이 방문했던 터라 기본적인 서류를 가져오는 것도 깜빡하였는데 창구에서 말해주는 서류는 이미 차에 여러 장씩 구비해 둔 서류라 주차장에 가서 해당서류를 꺼내 제출하기만 하면 되었다.
몇 가지를 묻던 여직원의 입에서 유족연금을 받을 자격이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나는 너무 놀라 정말이냐며 되물었고 남편이 받아야 할 연금을 남편의 사망으로 인해 상속자인 내게 권리가 넘어온 듯하였다.
유족연금은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던 가장의 사망 시 유족이 받게 되는데 가입기간과 납입금액등이 종합적으로 계산되어 결정되는 부분이었다. 보험료 납입기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비율이 달라졌다. 망자가 정상적으로 수령할 연금 기준 납입기간 10년 미만은 40%, 10년 이상은 50%, 20년 이상은 60%을 유족이 받을 수 있었다. 나의 경우 자녀 둘이 아직 미성년인 점 (부양가족 2)을 감안하여 인당 2만 원가량이 더 추가되고 추후 3년은 소득에 관계없이 통지된 금액이 전액 지급되지만 3년 이후부터는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금액이 넘으면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특이한 점은 근로소득보다 사업소득의 기준이 더 낮아서 근로소득은 거의 400만 원이 기준이었다면 사업소득은 200만 원 후반대일 경우 연금지급이 정지된다 했다. 그리고 소득이 다시 낮아지면 연금지급이 다시 부활한다 했다.
상담 중 유독 강조하여 들리던 사항은 내가 사망할 시 유족연금은 즉시 무효화가 되어 자녀들에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 내가 재혼할 시에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특히 재혼에 관련된 사항을 두 번 정도 말했는데 그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조금 웃겼다.
신청을 마치고 나오며 사업이 어려울 때 밀린 보험료를 내기가 힘들어 투덜거리던 남편의 음성과 상황이 떠올랐다. 그래도 성실히 다 납부하여 나와 아이들이 다시 받는다. '여보, 당신이 대비해 놔서 오늘도 우리가 잘 살아가고 있어. 정말 고마워'
근황.
저번주에는 너무 정신이 없어 연재날인지도 모르고 넘어갔어요. 현재도 할 일이 많아 댓글달기와 이웃분들 글의 방문이 미뤄졌는데 한숨 조금 돌리고 차차 답댓글을 달며 방문할게요. 더운 날 건강 조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