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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요 Jul 19. 2024

브런치 대상 북토크가 열리는 곳 지하 1층

브런치작가 여기도 있어요.

이사를 했다. 장마철이라 날 잡기가 어려웠었지만 운이 좋게 비 오지 않은 날에 이사가 가능했다. 그전에는 시부모님 명의의 집에 살고 있었는데 이번에 남편의 보험금을 가지고 독립하게 되었다. 어머님께 "그동안 저희 그곳에서 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니 "네가 그런 말을 하니 눈물 날 것 같구나"라고 대답하셨다.


나는 현재 아르바이트의 형태로 판교 현대 백화점 지하 1층의 팝업스토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원래 일을 할 지점은 이곳이 아니지만 판교점의 인원이 휴가를 간 부분을 메꾸기 위해, 그리고 새로 시작할 판매일을 적응하기 위해 겸사겸사 이곳으로 3일째 출근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 정식 출근하기로 해놓고 왜 일을 나가냐는 엄마의 물음에 "여기 인원이 펑크 나서 도와줘야 해"라고 했더니 엄마는 "네 코가 석자인데 누굴 도와"라며 핀잔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주에 이사를 했는데 짐도 다 풀지도 못하고 인터넷 연결도 하지 못하고 티브이도 달지 못한 상태에 설상가상 정수기도 없기 때문이다. 설거지 정리대도 사지 못하고 대충 짐만 쓸 수 있게 만든 상태에서 왕복 네 시간의 거리의 판교로 나가는 게 못마땅하셨을 터이다.


퇴근시간이 늦어져 부모님께 도와달라 손을 벌려야 했다. 아이들 밥이며 안전 때문에 집에 어른이 있어야 했는데 TV연결이 안 된 상태에서 집에 계시는걸 무척이나 루해하시는 느낌이었다.

며칠 동안 딸의 집을 청소하느라 땀 흘려 고생하신 일보다 TV를 보지 못해 적적한 것에 더 힘든 기색을 보이셨다.


나 역시 이삿짐이 이지경이 될 줄 몰랐기 때문에 힘이 들었다. 생각보다 짐이 많고 이사한 집의 수납공간이 작아 둘 곳이 마땅찮았다. 이삿짐센터에서도 넓은 집에서 작은집으로 이사와 난감해하셨다. 포장이사였지만 수납공간을 찾지 못하셔서 짐이 올라오는 중간 이후부턴 "그냥 두세요. 제가 정리할게요"라고 했다.


아침마다 짐이 가득한 상황에서 피난민처럼 준비하고 출근하는 게 힘이 들었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일을 예정대로 마무리해야 한다. 뱉은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이다. 나는 말을 번복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그런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다.


 판교로 출근하고 있는데 브런치 대상의 북토크 관련 글을 읽게 되었다. 이전에 보았을 땐 장소를 유념해서 보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장소가 판교 현대백화점이다.


'엇...  여기서 브런치 대상 북토크를 하네'


같은 플랫폼에 글을 올리는 사람으로서의 반가움이 먼저 들고 그 후엔 대상작가와 일개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위치가 묘한 마음으로 뒤섞였다. 뭐라 정의 내릴 순 없지만 딱히 불편하지는 않은 묘한 감정. 순위를 매긴다면 1등과 아래쪽으로 내려다보면 저기 어딘가쯤에 있는 사람이려나.


그들은 여기서 북토크를 하고, 나는 지하 1층에서 음식을 판다. 그렇다고 내 처지를 스스로 비관하지 않는다. 나도 언젠가 저런 위치에서 내 책과 글을 소개할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내가 웃으며 응대하는 고객분들 중 내 글을 본 분이 계실까? 하며 생각하다가 그분들은 내가 사라요 작가인걸 모르시겠지? 알면 얼마나 반가워하실까? 하는 생각의 꼬리를 물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여러분 제가 브런치에 사라요예요! 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요!"하고 소리치는 상상도 해본다. 글을 계속 쓰다 보면 나에게도 좋은 기회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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