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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요 Aug 02. 2024

남편의 유족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남편의 사망일자로부터 한 달여 후,  더 이상 이리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살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각종 서류를 모아 보험사마다 들러 보험금을 신청하러 다니기 시작하고 동사무소에 들러 한부모가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상담을 받았다.


당시 차에는 언제든지 제출할 수 있도록 남편의 사망진단서, 남편의 사망여부가 찍혀있는 가족관계증명서,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나를 기준으로 받은 각각의 기본증명서, 등본등의 서류를 항상 구비해 놓고 다녔다. 언제 어디서 서류가 요구될지 몰랐고 대개 각 보험사와 은행, 기관에서 요구하는 자료가 거의 같았기 때문에 몇 장씩 대량으로 구비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드렸다. 그때마다 가장 위쪽, 제일 먼저 챙겨지는 서류가 남편의 사망신고서였다.


한 보험사의 창구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 때의 여직원분이 사망보험금 서류신청을 모두 마친 후 막 일어나려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상심이 크시겠어요. 어떻게 된 일이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남편이 너무 몸을 돌보지 않고 일을 했었어요. 호프집 장사를 했었는데 밤낮이 바뀐 상태에서 15년 가까이를 일했죠. 매일같이 소주도 두병씩 마셨었어요. 일 년에 안 먹는 날이 5일 정도 되었으려나요. 약이 듣질 않는 두통이 너무 심해 병원에 갔더니 이미 손 쓸 수가 없는 상태의 뇌종양이더라고요"

"아... 저희 남편도 너무 몸을 돌보질 않아요"

여직원은 진심으로 나를 안타까워하다가 이내 자신의 남편 걱정을 했다. 약간의 남편 흉을 보기도 했는데 "남편분 건강 잘 챙겨드리세요"라 말하며 씁쓸한 얼굴로 웃으니 느끼는 바가 많은 묘한 표정을 하였다. 오늘도 내 이야기로 하여금 다른 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댁 가족들과의 모임에서 유족연금이 언급되었다. 나는 유족연금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었는데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는 말만 듣곤 밥을 먹으며 '그런 제도가 있구나' 하고 넘겼었다. 보험금을 신청하러 다니면서 유족연금이란 단어가 생각나 연금공단에도 방문하게 되었다. 솔직히 사전조사 없이 무작정 방문했던지라 받을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었다. 남편의 나이가 젊은 데다 연금이란 것은 보통 나이가 들거나 장애가 있을 때 받는 것이라 생각했어서 전혀 기대 없이 방문했다.


방문한 연금공단에는 유족연금을 신청하는 창구가 따로 있었다. 다른 창구와는 달리 대기줄이 없어 바로 가서 여쭤볼 있었다. 아무런 기대 없이 방문했던 터라 기본적인 서류를 가져오는 것도 깜빡하였는데 창구에서 말해주는 서류는 이미 차에 여러 장씩 구비해 둔 서류라 주차장에 가서 해당서류를 꺼내 제출하기만 하면 되었다.


몇 가지를 묻던 여직원의 입에서 유족연금을 받을 자격이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나는 너무 놀라 정말이냐며 되물었고 남편이 받아야 할 연금을 남편의 사망으로 인해 상속자인 내게 권리가 넘어온 듯하였다.


유족연금은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던 가장의 사망 시 유족이 받게 되는데 가입기간과 납입금액등이 종합적으로 계산되어 결정되는 부분이었다. 보험료 납입기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비율이 달라졌다. 망자가 정상적으로 수령할 연금 기준 납입기간 10년 미만은 40%, 10년 이상은 50%, 20년 이상은 60%을 유족이 받을 수 있었다. 나의 경우 자녀 둘이 아직 미성년인 점 (부양가족 2)을 감안하여 인당 2만 원가량이 더 추가되고 추후 3년은 소득에 관계없이 통지된 금액이 전액 지급되지만 3년 이후부터는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금액이 넘으면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특이한 점은 근로소득보다 사업소득의 기준이 더 낮아서 근로소득은 거의 400만 원이 기준이었다면 사업소득은 200만 원 후반대일 경우 연금지급이 정지된다 했다. 그리고 소득이 다시 낮아지면 연금지급이 다시 부활한다 했다.


상담 중 유독 강조하여 들리던 사항은 내가 사망할 시 유족연금은 즉시 무효화가 되어 자녀들에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 내가 재혼할 시에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특히 재혼에 관련된 사항을 두 번 정도 말했는데 그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조금 웃겼다.


신청을 마치고 나오며 사업이 어려울 때 밀린 보험료를 내기가 힘들어 투덜거리던 남편의 음성과 상황이 떠올랐다. 그래도 성실히 다 납부하여 나와 아이들이 다시 받는다. '여보, 당신이 대비해 놔서 오늘도 우리가 잘 살아가고 있어. 정말 고마워'




근황.

저번주에는 너무 정신이 없어 연재날인지도 모르고 넘어갔어요. 현재도 할 일이 많아 댓글달기와 이웃분들 글의 방문이 미뤄졌는데 한숨 조금 돌리고 차차 답댓글을 달며 방문할게요. 더운 날 건강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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