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자마자 든 생각이 '아 오늘 연재 날인데 글 쓰기 싫다'였습니다. 그 뒤로 바로 '구독자분들 중 한 분이라도 내 글을 기다리시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따랐습니다. 양심은 고이 접어 구석으로 슬쩍 밀어 넣고 한 주 쉬어갈까 하는 유혹이 살랑살랑 불어옵니다. 그러다 제겐 한 분 한 분 너무 과분한 존재이신 구독자분들이 혹여 실망하시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퍼뜩 정신이 차려져 스스로를 재촉하고 쓰는 잡담입니다. 뭐라도 끄적이면 구독에 대한 보답이 조금이라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저는 부끄럽게도 글쓰기가 어렵단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절대 작가라 부르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작가님 소리를 듣고 불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작가라는 말을 듣기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작가분들이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솎아낸 글을 발행한다는 글을 보았을 때 진심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전 그러한 고통 속에 글을 적어 본 적이 없어서요. 처음 글을 쓰기 위해 첫 타자를 입력할 때 굉장히 단순한 마음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남이 볼 수 있는 일기를 쓰자'
글을 쓴 지 7개월 차에 들어서는 지금도 여전히 이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적는 글이 전문성이 없는 단순한 일기라는 사실이 제 마음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같아요. 게다가 매일 소재가 팡팡 터지니 아직 글로 적지 못한 소재들도 한참입니다.
제가 기초생활 수급자가 된 지 한 달 차라 무료로 롤케이크를 받은 일을 쓰려 '한부모가족이라고 롤케이크를 무료로 받았다'라는 제목으로 발행하려 글서랍에 넣어두었네요. 유족연금 받고 있는 일, 인터넷 결합하고 백만 원 받은 일, 남편의 생일에 납골당에 갔다 상복을 입은 다른 가족을 보고 맘이 아렸던 일 등이 글서랍에서 단어의 형태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잘 다듬어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글을 적는 방법은
첫째. 순간순간 떠오르는 단어나 글의 제목이 있을 때 바로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둡니다.
(기억력이 나빠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잘 잊어버려요)
둘째. 그날 쓰고 싶은 제목의 글과 글감을 골라 말을 덧붙입니다.
셋째. 글을 읽어보며 여러 번 퇴고를 진행합니다. (주로 말이 너무 길어져 자르거나 문법, 어법 수정)
넷째. 맞춤법 검사를 실행합니다. (브런치에서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다섯째. 모바일 미리 보기를 실행해서 핸드폰으로 읽었을 시 편안하게 읽히는지 봅니다. (단락을 너무 길게 만들지 않습니다. 글을 너무 이어 붙이면 구독자분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이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섯째. 발행 전 마지막으로 퇴고를 실행합니다.
이렇게 하나의 글이 독자님께 발행됩니다. 전 글을 적는데 가장 중요한 건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목에서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클릭을 하는 행위까지 유도가 될 수 없어요. 독자로 하여금 글을 읽고 싶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 우선이고 적은 글의 내용은 독자를 기만하지 않습니다. 제목을 자극적으로 지어도 그 안의 내용이 반드시 상관이 있어야 한다는 게 나름의 지론입니다. 제품의 포장을 뜯어보니 광고사진과 다르면 느끼는 배신감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목은 독자의 관심을 끌도록 지을 것. 글을 과대포장하지 않는 것. 매 글마다 나의 양심을 저울대에 올려 진실된 말만을 적는 것. 독자를 기만하지 않는 것. 이게 글짓기 초보인 제가 가진 글쓰기 지론입니다.
전 요즘 제 구독자분들이 늘어나는데 가장 주효했던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과연 내 글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나의 글을 구독까지 하는 형태로 보고 싶으신 걸까. 나의 평범하지 않은 사연이 궁금해서일까 혹은 내 글이 마음에 들어서일까, 내 삶으로 위안을 받고 싶으신 걸까, 아니면 나를 응원하고 싶으신 걸까.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한분씩 붙잡아 여쭤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요. 사실 그 이유를 안다고 해도 아무것도 달라질 건 없지만요 ㅎㅎ
각자의 이유야 무엇이던 절 지켜봐 주심에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전 언제나 열려있고 소통하는 걸 좋아해요! 혹시 글을 보며 댓글을 남기길 주저하셨던 분들이라도 짧게라도 주시면 진심으로 행복을 비는 댓글을 달아드립니다. 매번 구독자님들의 댓글에 "행복하세요", " 건강하세요", "평안하세요"의 댓글을 달며 진심으로 기원해 드리거든요.
같은 내용의 댓글만 반복하는 것 같아 식상하지 않나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요. 우리 삶에 건강, 행복, 평안만큼 소중한 기쁨이 없더라고요. 타인의 행복을 빌어주며 저 역시 행복함을 느낍니다. 내가 남긴 건 댓글 한 줄이지만 선한말이 순환되는 기쁨이 있거든요. 제가 드린 선한 말이 독자님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는데 기여했다면 전 오늘도 쓸모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글 쓰기 싫어서 쓴 잡담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연재만큼 길어졌네요. 다음 주엔 제대로 된 연재 글을 가지고 찾아뵐게요. 볼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 한결에도 행복해지는 하루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