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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정숙 Jul 08. 2016

동행

자식이 부모님을 모시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백화점에 가서 고운 옷을 사드리는 모습~참 보기 좋다. 

더 보기 좋은 모습은 자식이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동행하는 것이다.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들은 아플 때마다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 약을 지어 드신다.

공짜로 타 먹는 보건소 혈압약, 뼈 튼튼하게 해준다는 동네병원 골다공증 약, 허리 다리 안 아프게 해준다는 00 의원 관절염약 등... 감기몸살까지 걸리는 날은 00 내과 의원에서 진료받고 한 봉지 약을 받아오신다.  

한번 먹을 약을 뜯어 모아 보면 거짓말 보태서 밥공기 반 그릇이다.


약 성분을 잘 따져보면 위장보호 약이 두 병원에 겹쳐져있는 게 다반사다.

당신이 무슨 약을 드시는지 물어보면 잘 모르신다. 

병원에서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도 모르고 설령 알아도 금세 까먹으신다.


의사의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으로 그냥 주는 대로 약 드신다는 분도 많다. 

동네 병원 원장님이 어르신 무슨 약을 먹는지 꼼꼼히 챙겨 약 처방하면 참 다행인데.. 실정은 그렇지 않다.
당신이 무슨 약을 드시는지 정보를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 알아서 지어줬으니 괜찮겠지'하면 큰일 난다. 

고령환자에게 흔히 생기는 약물 부작용 중 관절염약에 소염진통제가 들어있는데 진통제가 포함된 종합감기약을 함께 먹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우리 엄마, 시어머니 겪은 일이다. 결국 약이 독이 되어 위장장애와 간 손상이 생긴다. 


부모님들 흔히 먹는 골다공증 약도 다른 약과 함께 먹을 경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어느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든 지 현재 먹는 약을 꼭 의사에게 알려서 약 중복 부작용과 오남용을 인한 피해를 막아야 한다.


그래서 말이다.


부모님들이 동네 병원 가도 잘 안 낫는다 하면 말이다.

혹은 몸이 붓거나 가라앉거나 위장장애가 있다 하면 자식들은 꼭 더 큰 병원에 가라 하지 말고 부모님 직접 모시고 병원 가서 일일이 챙겨야 한다.


백화점 가서 옷을 사드리고 식당 가서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은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일이지만 자식도 즐거운 일일 수 있다. 

병원 동행하기는 다른 의미이다. 

온전히 부모님을 위해 시간을 내야 하고 평소 부모님이 어디가 아픈지 살뜰히 챙기고 얘기 들어야 한다. 

우리 부모님들 평소 어떤 약을 드시고 계시는지 자식들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자식의 눈과 귀가 부모님을 향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부모님 모시고 병원 따라오는 자식이 최고의 효자라고 생각한다.(찔린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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