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을 들어서는 첫째 아들은 몹시 숨을 헐떡거렸다. 요즘 들어 부쩍 몸무게가 늘어난 탓에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찼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병실로 달려 들어가니 병실에는 이미 동생들이 와 있었다. 아버지 병상 옆에 앉아 계시던 어머니가 헉헉거리는 첫째에게 의자를 양보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첫째는 숨을 고르며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붉어진 눈길을 피했다.
“오빠, 어떻게 해요?”
막내가 울먹거리자 둘째 아들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첫째는 공연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3년 전에 받은 수술이?
“호들갑들 떨지 말아라, 위암이 재발되었다는구나, 앞으로 길어야 1년이란다.”
아버지의 어조는 담담했다.
첫째는 청천벽력 같은 말씀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3남매와 어머니는 가슴속에서 울컥 치솟는 슬픔을 어금니로 꽉 깨물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오늘 너희들 모인 김에 얘기해 둬야겠구나.”
아버지는 천천히 3남매를 둘러보면서 말씀을 이었다.
“첫째는 다이어트, 둘짼 금연 그리고 우리 막내는 금주를 해라. 그것에 성공한 아이에게 내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
3남매는 어리둥절하여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지금 아버지가 유언을 하신 건가? 채 아버지의 수명이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언이라니. 게다가 그 유언의 황당함이라니. 다이어트와 금연과 금주에 성공한 한 사람에게만 재산을 전부 주시겠다고? 3남매는 물론 어머니도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장남은 결혼 후 몸무게 거의 30킬로그램 이상 불어나 건강에 이상이 오고 있었다. 각종 성인병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여 건강검진을 받을 때 의사가 여러 차례 경고를 한 터였다. 마음속으로는 운동해서 살 빼야지 하면서도 회사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오고 있는 형편이었다.
차남은 하루에 담배 세 갑 정도를 피워대는 대단한 골초다. 하루 종일 담배를 물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아내조차도 냄새난다고 싫어하지만 인이 박인 걸 단숨에 끊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도 새해가 되자 금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늘 그랬듯 작심삼일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막내딸은 이혼 후 상처를 달래기 위해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하루라도 마시지 않으면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마시는 술이 몸을 조금씩 축내고 있었다.
아버지의 유언이 황당하기는 하지만 그날로부터 3남매는 아버지의 숙제를 완수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했다. 오로지 한 사람에게만 유산을 전부 주겠다고 말씀하셨으니 그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이어트와 금연과 금주는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첫째는 특히 밤참을 즐겼는데, 그것을 딱 끊으니 낙이 없었다. 아내는 거기에 한술 더 떠 식단을 온통 채소로 바꿔버려 육류를 즐기는 첫째로서는 살맛조차 나지 않았다. 첫째는 기름진 고기가 자신을 유혹할 때마다 아버지의 유산을 떠올리며 부지런히 러닝머신을 뛰었다.
둘째 또한 이를 악물고 금연에 들어갔다. 이참에 아내와 아이들이 싫어하는 담배도 끊고 건강해지고 거기에다 유산까지 받아 챙겨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 금단현상쯤 아무것도 아니었다. 쳇, 사람이 목숨도 끊는데 그깟 담배 하나 못 끊으랴? 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이었다.
막내는 앞으로 돈을 믿기로 했다. 남들처럼 남편이 있기를 해, 자식이 있기를 해,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므로 아버지로부터 꼭 유산을 물려받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금주를 해야 했다. 밤마다 괴로움과 외로움에 치를 떨면서도 막내는 용케 술을 마시지 않고 잘 견뎌냈다. 물려받을 유산을 떠올리면 술을 마시는 대신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아버지가 그런 황당한 유언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3남매는 슬픔에 젖어 날마다 음식과 술과 담배에 찌든 생활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매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날마다 자기 자신과 격렬하게 싸워나가고 있었다.
1년 후, 3남매는 각고의 노력 끝에 각각 다이어트와 금연과 금주에 성공했다. 첫째는 결혼 전 총각 때처럼 날씬한 몸매를 되찾았고, 둘째는 아침저녁으로 아내와 아이들로부터 뽀뽀 선물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막내는 피부가 매끄러워지고 눈가에 총기가 돌았다.
그런데 의사의 진단과는 달리 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했다. 3남매는 마땅히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마음 한구석은 어째 좀 그랬다.
아버지가 약속한 꼭 1년째 되는 날, 3남매는 다시 모였다. 형제들은 서로의 변한 모습에 서로들 감탄했다.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한편으론 은근한 걱정도 됐다. 그럼 누가 유산을 물려받지?
아버지는 3남매를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말씀했다.
“사실 내가 가진 재산이라곤 없다.”
아버지의 이 말씀 또한 청천벽력 같았다.
3남매는 몹시 실망했다. 속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재산이 없으시다고? 그럼 우린 그동안 뭘 위해 그렇게 열심이었지?
“하지만 너희들은 이미 유산을 받았구나. 건강해진 너희의 모습을 봐라.”
그 순간 3남매는 아버지로부터 가장 위대한 유산을 받았음을 깨달았다. <끝>
#6월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