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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권 Jul 24. 2021

경력이 많으면 정말 일을 잘할까?

구조화된 행동중심적 인터뷰 방법


경력이 많으면 정말 일을 잘할까?


회사에 있어서 채용은 굉장히 중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왜냐면 일을 못하는 사람을 잘하게 만드는데 드는 비용보다 애초에 일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훨씬 더 적게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채용을 할 때 학력이나 경력들을 중요시합니다. 어떤 회사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어떠한 일들을 했는지를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물경력'이라는 말도 있듯이, 레쥬메(이력)만 놓고 사람을 판단하면 큰코 다치기 쉽습니다. 왜냐면 경력과 일을 잘하는 것은 전혀 관계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1. 프랭크 슈미트와 존 헌터의 연구

채용에 있어서 경력과 실제 성과 데이터의 간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가 있습니다. 바로 프랭크 슈미트 교수와 존 헌터 교수가 미국 연방 정부의 채용 및 성과 데이터를 가지고 진행한 연구입니다. 아래 이에 대한 기사 내용이 있어 일부 가져와 봤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굳건한 통념에도 불구하고 학력과 실력의 상관관계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했다. 이 분야의 기념비적 연구로 꼽히는 프랭크 슈미트 아이오와대 교수와 존 헌터 미시간주립대 교수의 1998년 논문 ‘인사심리학의 선발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에 따르면, 전형 방법에 따른 구직자의 실력 예측 변수를 -1에서 1까지 놓고 볼 때 학력(교육기간)의 상관관계는 0.1에 불과했다. 명문대 출신 여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아니라는 한계는 있지만, 고등교육을 받았다고 일을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이다. 0.5 이상이면 강한 상관관계가 있고, 0.2 이하는 약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뜻하며, 0은 상관관계가 없고, 마이너스는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중략)

학력의 대안으로 제시된 경력도 실력을 예측할 수 있는 적합한 요소가 되지 못했다. 경력 연차와 실력의 상관성은 0.18로, 경력이 길다고 실력이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 준다. 직무 입문 단계인 0~2년 차에는 경력에 따른 실력 차가 유의미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결국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다.

- “학벌 좋은 사람이 일 잘할 확률은 20% 미만”, 한국일보

이 연구 결과의 내용대로라면 경력은 0~2년 차에 해당하는 시기를 지나게 되면 그 이후부터는 거의 관련이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높은 상관관계가 나온 항목들은 순서대로 작업 시범 테스트(0.54), 직무 면접 테스트(0.51), 동료 평가(0.49), 직무 지식테스트(0.48), 행동 일관성(0.45)였습니다.



 2. 톰 드마르코, 티모시 리스터의 연구

이번 연구 내용은 피플웨어라는 책에서 소개된 내용입니다. 이 연구는 약 92개 회사에서 600명 이상의 개발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래밍 생산성 비교를 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떤 분께서 블로그에 피플웨어 내용을 갈무리해놓으신 게 있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구현 게임 결과를 분석한 결과, 우리는 다음 요소들이 생산성과 거의 또는 아예 무관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로그래밍) 언어: 같은 언어를 사용한 사람들 사이의 생산성 개인차 분포는 전체적인 생산성 개인차 분포와 아주 비슷했다. 단 하나 예외는 어셈블리 언어였다.
*경력: 경력이 10년인 개발자가 2년인 개발자보다 더 우수하지 않았다. 경력과 생산성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었다.
*결함률: 참가자 1/3 정도가 결함률 0으로 과제를 마쳤다. 그들은 정확도가 높으면서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았다.
*급여: 참가자들의 급여 수준은 아주 다양했다. 월급과 생산성 사이의 상관관계는 아주 미미했다.

- 톰 드마르코, 티모시 리스터 저서 피플웨어 중

이 연구 결과 또한 마찬가지로 단순한 경력이나 연차가 성과와 연결되지 않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통해 우리는 학력, 경력과 같은 것들이 그다지 신뢰스럽지 못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역할 조직의 인재 선발 방식

그렇다면 실제 회사들은 위 연구 결과처럼 경력과 학력을 신경쓰지 않고 채용에 임하고 있을까요? 아래는 실리콘밸리 개발자 유호현님이 말하는 역할 조직의 인재 선발 원칙입니다. 역할 조직이란 전통적인 위계 조직이 아닌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에 두고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을 말합니다.

축구팀에 비유하면, 위계 조직형 축구팀은 1등부터 11등까지 축구를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제일 잘하는 사람은 스트라이커, 제일 못하는 사람은 골키퍼를 하는 식이다.

하지만 역할 조직은 각 포지션 별로 따로 선수를 선발한다. 수비수를 뽑는 자리에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오든, 아주 성실한 미드필더가 오든 아무 의미가 없다. 수비수는 자신이 어떻게 수비를 잘하는지를 입증하기만 하면 된다. 당연히 부모님의 직업이나 외모나 성적 지향, 종교 등은 무관하다.

역할에 딱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직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고, 수행하기 위한 기술을 얼마나 잘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나이, 성별, 혈액형, 가족사항, 인종, 종교, 성적 지향성 등은 전혀 물어볼 필요가 없다.

- 유호현, 역할 조직 인재 선발의 원칙, 브런치

이처럼 실리콘밸리에서는 경력이나 연차보다는 이 사람이 실제로 그 분야나 포지션에 대한 지식 또는 경험, 즉 전문성이 있는지를 두고 채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력을 따지지 않고 어떻게 하면 지원자가 미래의 일을 잘할 수 있을지를 판별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애자일 컨설팅 대표인 김창준님은 다음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4. 일 잘하는 사람을 알 수 있는 방법

김창준 대표의 저서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에 이에 대한 방법이 짧게 나와있습니다. 제가 위에 언급했던 두 연구 또한 이 김창준 대표의 저서에 나온 것으로 한 번 읽어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구조화된 인터뷰(특별히 구조화된 행동중심적 인터뷰를 권함)와, 실제 작업을 해보도록 하는 작업 샘플 테스트, 그리고 가능하다면 실제 업무를 주고 시험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일을 해보게 하는 것 등을 권합니다. 그리고 전체 구인 과정에서 실제로 함께 일할 사람들이 인터뷰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 김창준,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그리고 이중에서 언급된 구조화된 행동중심적 인터뷰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려고 합니다. 실제 면접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해야 효과적으로 우수한 지원자를 찾아낼 수 있을지 말하고자 합니다.




구조화된 행동중심적 인터뷰


1. 똑같은 질문을, 똑같은 순서로 

전통적 면접에서는 질문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지원자에 따라 다르게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원자에 따라 개별화된 질문을 하며, 추상적인 질문을 한다는 점이 특징인데 이를 두고 비구조적 면접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구조적 면접의 단점에 대해 마찬가지로 김창준 대표가 짚어주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김창준 대표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면접 내용이 일관성 있게 다루어 지지 않는다. 각 지원자에 따라 다른 질문을 하거나, 지원자의 동일 응답을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예컨대 면접자가 초기에 긍정적 인상을 받으면 지원자보다 말을 더 많이 해서 평가할 정보가 부족하게 되는 경우도 있음).

- 면접자는 지원자를 판단하는데 첫인상을 사실적 정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 통상 처음 4분 이내에 최종 결정을 내린다.

- 지원자의 성향이나 가치판단이 면접자와 유사성이 있는 듯 보이면 지원자의 반응을 평가하는 데 큰 영향을 받고, 면접자가 주관적인 판단을 하기 쉽다(예컨대, 어떤 리더가 훌륭한 리더입니까).

- 지원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실제 자신의 행동과는 별개로) 답을 말할 확률이 높고(예컨대, 팀원이 수동적일 때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에 대해 답할 때), 면접자는 지원자가 그런 답을 잘 할 수 있는 언변 기술을 평가하게 된다.

-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답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고(예컨대 누굴 존경하는가), 이는 직무 관련 역량에 대한 예측을 도출하기 힘들다.

- 김창준 블로그, 성공적인 채용 면접의 공공연한 비결

그렇기에 이 글에서는 구조적 면접 방식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구조적 면접은 면접자 개인의 판단으로 인한 오류를 줄여줍니다. 왜냐면 모두 똑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지원자 간 비교가 용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화된 인터뷰는 채용 결정을 내리는 효과적이며 동시에 채용에 있어 차별을 막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과거의 행동과 상황에 대해 질문하기

지원자의 성과 데이터, 즉 일을 잘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과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이것을 행동중심적 인터뷰(Behavior Interview)라고 하는데, 행동중심적 인터뷰는 과거의 경험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 경험에 대한 행동에 대해 알 수 있는 질문 방법으로  STAR(Situation, Task, Action, Results) 모델을 소개합니다. 관련한 내용에 대해 미국 인사관리협회인 SHRM에서 발표한 글이 있어 참고했습니다. 원문은 영어로 되어있으니 적절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Using STAR Model

One particularly useful and popular approach to developing behavioral interview questions is the STAR (Situation, Task, Action, Results) model. The STAR model helps candidates frame their responses tobehavioral questions by encouraging them to respond with a story about a past behavior.

An example framework for developing a structured, behavioral interview question using the STAR model is presented below.

- Situation: What was the situation the candidate was in? (e.g., “Tell me about a time...”)
- Task: What was the task the candidate needed to accomplish? (e.g., “where you were faced with multiple competing deadlines.”)
- Action: What were the actions the candidate took to accomplish this task? (e.g., “What did you do and…”)
- Results: What were the results of these actions? (“how did it turn out?”)

Thus, the complete behavioral interview question presented to the candidate would read, “Tell me about a time where you were faced with multiple competing deadlines. What did you do and how did it turn out?”

결론적으로 해석하면, Situation (어떠한 상황이 있을 때), Task (해당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Action (어떤 행동을 취해서), Result (어떤 결론을 만들었는가) 입니다. 위의 예시대로 하면 "복수의 데드라인이 정해진 업무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해결했는지 말해주세요."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되면 이 사람이 과거의 경험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했으며, 실제로 미래에 어떻게 행동할지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답변 내용을 점수화시켜라(Rating Scale)

구조화된 행동중심적 인터뷰의 또 하나 지켜야 할 조건은 바로 앞서 했던 정해진 질문들에 대한 답들을 점수화해서 숫자로 환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점수를 매기면 이 지원자를 뽑을지 말지 결정할 때 보다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사에서 흔히 지인을 추천해서 면접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지인이 합격해서 회사에 들어오게 되면 추천한 사람은 높은 확률로 업무에서 이 합격한 직원에게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왜냐면 지인이 비난을 받으면, 내가 비난을 받는 것과 같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객관적인 사람이여도 그렇습니다.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점수라는 객관적 기준을 통한 채용입니다.


이러한 Rating Scale에 대해서는 보통은 1~5로 나눠서 점수를 매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중요한 것은 Yes or No이냐 1점이냐 5점이냐가 아니라 각 점수에 해당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SHRM의 자료를 다시 가져와 보겠습니다.


- Far Exceeds Requirements: Perfect answer. Demonstrates competency accurately, consistently, and independently. All points relevant. All good examples.

- Exceeds Requirements: Demonstrates competency accurately and consistently in most situations with minimal guidance. Many good examples.

- Meets Requirements: Demonstrates competency accurately and consistently on familiar procedures and needs supervisor guidance for new skills. Some good examples.

- Below Requirements: Demonstrates competency inconsistently, even with repeated instruction or guidance. Few good examples.

- Significant Gap: Fails to demonstrate competency regardless of guidance provided. No good examples.   

이 설명대로 라면 위에서부터 5점, 맨아래가 1점이 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1점이면 1점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하고, 3점이면 3점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해야지 제대로 된 점수화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BARS (Behaviorally Anchored Rating Scale) : 행위 기준 평정 척도와 BOS (Behavior Observation Scale) : 행위관찰 척도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행히 국내 HR 전문가께서 블로그에 올려주신 한글화된 자료가 있습니다.




4. 기타 인터뷰 시 알아두면 좋은 팁

면접자는 지원자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야 합니다. 그를 통해 지원자로부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조화된 면접이지만 이미 정해진 질문을 한 이후라면 후속 질문을 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후속 질문을 던져서 지원자의 추가적인 응답을 끌어내는 것이 좋습니다. 단, 이때 질문은 닫혀 있으면 안돼고 열려 있어야 합니다. (예: 좀 더 자세히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질문이 끝나자마자 점수를 매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당시에는 지원자의 반응에 대해서 키워드 위주로 간략하게 노트한 뒤 인터뷰가 끝난 직후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에 실무자와 함께 들어가는 것을 권장합니다. 실제로 같이 일하게 될 실무자와 함께 면접을 보게 되면 이후 인사에 대해서 불만을 가질 확률이 적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와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을 다른 사람이 보고 판단하는 것 또한 이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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