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Hims & Hers [서비스 분석] & [투자분석]
로우 리스크 · 하이 리턴, 원금 보장, 통상 20% 이상 고수익… 모두 스팩주 열풍이 한창일 때 스팩을 정의하는 단어들이다. 취업 스팩은 들어봤어도 스팩주는 낯설기만 한데, 스팩이 뭘까?
스팩은 실제 사업 없이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회사로 먼저 상장(IPO)된 스팩과 비상장 기업을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기존 비상장 기업을 우회 상장시킬 수 있다. 기존의 번거로운 절차 대신 빠르게 기업 공개를 할 수 있다는 장점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한국 시장에도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잘 나가던 스팩주도 규제에는 힘을 쓸 수 없었다. 2021년 4월 13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본으로 분류되는 신주인수권을 특정 상황에서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고 회계지침 변경을 지시하면서 급속도로 그 열기가 식어버린 것이다. 신주인수권은 스팩이 목표한 회사와 합병한 뒤 주가가 오르면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더 사들여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에, 관련 규제가 강화되자 스팩의 매력은 이전보다 떨어졌다.
그 결과, 강화된 규제 리스크에 SPAC 상장의 열풍이 꺾이면서 시장은 무분별하게 SPAC 상장주들을 대량 매도했다. 이에 따라,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는 기업들이 속출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Hims이다.
2020년 10월에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합병해 SPAC 상장을 한 Hims & Hers Health.inc (이하 Hims)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고객 충성도 지표인 NPS(Net Promoter Score)가 65에 달하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서비스를 이용한 100명 중 65명이 남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의견이므로 Hims의 사용자 경험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구독자 증가 추세도 심상치 않다. 전체 매출의 91%를 책임 질 정도로 가장 중요한 수익 모델인 구독 부분에서 2021년 기준, 구독자 수가 전 분기 대비 75% 이상 증가해 Hims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Hims는 2017년 설립 당시, 의료계의 틈새시장인 탈모 제품, ED(Erectile Dysfuntion) 등을 제공하는 원격진료 웰니스(Wellness) 브랜드로 시작했다. 이후 Hers를 런칭해 여성 건강 사업을 추가했고, 현재는 정신 건강 및 스킨케어, 1차 치료(지역사회 관련 의료)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Hims는 이 모든 서비스를 원격진료를 바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기존 대면 진료의 불편함과 기다림을 해소하고, 처방약, 상비약, 스킨케어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본인의 증상을 어플을 통해 입력하고 화상통화 또는 채팅을 통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은 후, 택배로 의약품을 받으면 끝나는 단순하고 개인화된 서비스 프로세스가 큰 장점이다.
그러나, Hims의 주력 상품인 ED 및 탈모 치료제 등은 다른 사이트에서도 구할 수 있고, 스킨케어 분야의 상품 다양화를 통해 여성 고객층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성공의 보장이 없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Hims는 그저 그런 원격진료 의료기업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걸까. 반대로, Hims가 성장할 수밖에 없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Hims는 원격진료에서 의약품 배달까지 책임지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다양한 원격진료 업체들에게는 없는 수직 통합의 이점을 가진다. 말 그대로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경험이 기존과 다른 것이다. 원격진료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텔레닥의 경우, B2B2C 형태의 사업구조를 띄고 있다. 즉, 개인 환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기업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당 기업의 직원이 텔라닥의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사업 영역이 다른 덕분에 Hims는 초기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독점적인 원격진료 B2C 지위를 가져갈 수 있었다.
Hims의 작년 매출은 1억 5천만 달러로, 2020년 2분기부터 이어져온 70%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이번 연도 누적 매출은 3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올해 2분기 총마진율도 78%를 기록해 구독자 수 증가에 힘입어 꾸준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마진율은 경쟁업체 평균인 67%를 가볍게 상회하며 Hims가 경쟁업체 대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2021년 2분기 기준, Hims는 높은 마진율 덕분에 매출 총이익은 흑자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손실을 기록했다. 판매관리비에서 유독 지출이 큰 것을 알 수 있는데, 관리비의 경우, 고정비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판매 · 마케팅비에 대한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업 확장 및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분기별로 평균 2천만 달러 이상을 사용하는 것은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현 단계에서 어느 정도 필수적이다. 게다가 2분기 판매 · 마케팅비 지출이 전 분기 대비 100만 달러 늘었지만 매출은 800만 달러나 늘어난 것으로 볼 때, Hims는 현재 수준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0년 6월 기준, Hims의 IR 자료 가이던스(경영진이 기업 지표 전망치를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것)에 따르면, LTV(고객 생애가치)/CAC(신규 고객 획득비용) 비율이 3 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이상적인 비율이며 신규 고객이 회사에 가져올 가치가 3배라는 뜻이다. CAC는 2018년 161달러에서 2020년 110달러로 줄었으며 Hims가 투자를 확대하고 더 큰 시장으로 확장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임원진들이 최근 콘퍼런스 콜(전화를 통한 IR 피칭)에서 언급했듯이, LTV/CAC를 비롯해 Customer Retention(고객 유지율) 등의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Hims는 단기 수익성을 희생하면서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Hims는 2021년 1분기에 2억 8천만 달러의 자본금을 발행받아 시장 확장 및 신제품 라인 추진에 투자할 자본을 마련하였다. 이런 추세로 볼 때, 투자가 지속되는 한 가까운 미래에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투자하는 만큼 회사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Hims는 밀레니얼 세대인 20~30대를 주 타겟으로 삼고 있으며 SNS와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이미지를 브랜딩 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감을 쌓는 것에 집중했는데, 구체적인 사례로는 탈모 등으로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이 공감하는 메시지를 던짐과 동시에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기존 의약품의 이미지인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숨겨야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것에 있다.
Hims는 출시 3년 반 만에 45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모으고 340만 건 이상의 원격 진료 상담을 수행했다. 2020년에만 260만 건의 원격 진료를 수행한 Teladoc Health와 비교해봤을 때, 1/3배에 불과하지만 Teladoc Health가 그 수치에 도달하는 데 거의 20년이 걸린 것을 보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늘어난 성과만큼 Hims의 충성 고객들도 늘어났다. 가장 오래된 3년 차 고객군의 장기 매출 유지비율은 전년 대비 88%로, 신규 고객들이 유입된 이후에도 이탈하지 않고 제품을 계속 구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해 총매출이 강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뜻으로 지속적으로 확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세히 보면, 1년 차 고객군의 누적 매출이 363달러로 3년 차 고객군의 누적 매출인 383달러와 비슷함을 알 수 있는데, 교차 판매의 증가로 인해 1~2년 차 고객군의 주문량이 늘어났다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Hims는 2025년까지 핵심 카테고리의 수를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그 대상으로 불안 및 우울, 불면증, 당뇨 등을 타겟으로 선정하였다. 특히 정신 건강 서비스는 차기 핵심 시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코로나 19 상황과 연관하여 그 중요도가 높다.
2021년 상반기, Hims는 여론조사 기관인 OnePoll과 협력하여 미국인들이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 이상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 전에 정신 전문가와 상담하고 싶어 하며, 이미 치료를 시도한 사람들 중 87%는 이제 대면 세션보다 온라인 치료를 선호한다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이에 따라, Hims는 지난 7월 정신 건강 카테고리를 새롭게 출시하였으며 온라인 정신 상담부터 약품 배송, 멘탈 테라피까지 모두 제공하는 심도 있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또한, Hims는 동시에 원격 피부과 전문 기업 어포스트로피(Apostrophe)를 인수해, 7년간 쌓인 스킨 케어 솔루션 데이터와 미국 29개 주에서 피부과 약물 배송을 처리할 수 있는 복합 인프라를 얻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진보되고 개인화된 스킨 케어와 피부과 치료를 더 빠르고 대규모로 제공할 수 있어 다양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여성 고객층을 확대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시장 확장과 관련하여 Hims의 CEO인 Andrew Dudum은 아시아 태평양으로의 진출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현재 영국, 호주, 독일 및 캐나다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지난 6월에 Hims & Hers는 탈모 관련 제품을 중점으로 다루는 런던 소재의 원격진료 기업 어니스트 헬스를 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Hims는 영국 진출을 확대할 것이며, 시장 점유율을 늘린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유한 경쟁력에 비해 아쉬운 재무 현황과 스팩주의 대량 매도 추세 때문에 8월 29일 기준, Hims의 주가는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가가 한창 높을 때 매수했던 주주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만한 상황에서, Hims는 주식 희석을 일으키는 미지불 신주인수권을 현재 모두 상환했음은 물론, 매출 증대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주요 임원들의 주식 보유율이 38.7%가 넘기 때문에 경영진도 주식 가치 상승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Hims의 경영진이 일반적으로 평판이 나쁜 다른 스팩주와 달리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믿을만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20년 하반기에 경영진이 2021년 매출 성장률을 30%로 설정했다가 실제 성과가 이를 상회해 2021년 2분기 이후, 다시 69-71%로 증가시켰던 Underpromise 및 Overdeliver의 가이던스 제시는 경영진이 충분히 고려한 이후 보수적인 측정치를 내놓음으로써 투자자들에게 혼동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이에 더해 Hims의 성장에 전력을 다했다는 증거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주가가 매출 추정치의 4배에 불과한 것은 일반적인 상태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매수 신호인가는 고려해볼 만한 지점이다. Hims 경영진의 뛰어난 경영과 전략에 따르는 폭발적인 성장세는 충분히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순손실로 인해 재무 안전성에 의문이 남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소비자 중 11%만이 원격진료를 이용한 데 반해,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 기준 46%의 소비자가 원격진료를 이용해 그 수요가 급증했다. 의료 제공업체 측면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원격진료를 이용한 환자의 수가 50~17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대면진료에서 원격진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향후 미국 내 1조 2,500억 달러 규모의 병원 및 가정 진료에서 20%에 해당하는 2,500억 달러가 원격의료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Hims의 전망은 대체적으로 밝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특수로 인해 Hims가 급성장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이 꼭 그렇지는 않다.
Hims의 주요 타겟은 밀레니얼 세대이며 그들은 40~50대에 비해 디지털 네이티브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변화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원격진료의 편리한 맛을 본 그들이 굳이 대면 진료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델타 변이로 코로나가 장기화되는 것이 기정 사실화되는 지금 Hims가 과연 코로나가 종식되었을 때에도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