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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우리나라
인생은 짧고 역사는 길다
by
박은석
Mar 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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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2월,
동경 YMCA회관에서 일본 유학 중이던 학생들이 조선의 독립을 선포하였다.
<2.8독립선언서>로 알려진
이 글은 춘원 이광수가 초안을 작성했다.
문필가답게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문장이었다.
<2.8독립선언서>를 토대로 해서 한 달 뒤에는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에서 <기미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다.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로 시작하는 기미독립선언서는 육당 최남선이 초안을 작성하였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시를 써서 우리나라 신체시의 역사를 열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이광수나 최남선은 일제에 영혼을 팔아버린 대표적인 친일파 인물이 되고 말았다.
한때 이광수와 최남선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알고 나서는 토할 것 같은 역겨움이 몰려왔다.
이광수와 최남선뿐만 아니다.
일제에 의해 조선이 병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라는 칼럼을 썼던 장지연도 나중에는 조선총독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친일파가 되고 말았다.
민족대표 33인이라고 하는 인사들이 기미년 3월 1일에 태화관에서 모이기로 했지만 네 명은 참석하지 못했다.
물론 참석하지 못한 사정들이 있었다.
기차가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한 것 같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뒷이야기들을
알고 나니 엄청난 실망감이 밀려왔다.
과연 그들을 민족대표라고 불러야 하는지 고민이 생겼다.
사실 기미년 3월 1일 정오에 파고다공원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민족대표들이 주동이 된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운동이었다.
엄격하게 따진다면 민족대표 33인은 만세운동에 숟가락을 살짝 올려놓았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도 나중에 크게 후회하였을 것이다.
그렇게도 기개가 높았던 인물들이 도대체 왜 변절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한 결과 조심스럽게 한 가지 대답을 찾았다.
그것은 조선이 독립할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들의 똑똑한 머리로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해 보아도 조선은 독립을 쟁취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가능성이 적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독립선언서>는 젊은 날에 치기 어린 마음으로 작성한 형편없는 선언문이라고 고백하였다.
그게 바로 그들이 친일 행적을 이어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실 누가 보아도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일이었다.
독립에 대한 희망은 망상에 가까웠다.
일제로부터 조선이 독립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줄 알았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일제와 사이좋게 지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친분관계를 형성한 후에
일제에 편승하고 합류하고 동화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일본 왕이 종전을 선언했다.
우리는 항복선언이라고 하는데 항복한다는 말은 전혀 없다.
자기들은 전쟁에서 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단지 백성들이 오랜 전쟁으로 힘들어하고 있으니 이제 전쟁을 그친다는 선언이었다.
어쨌든 그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일본 왕의 종전선언을 들은 사람들은 엄청 놀랐다.
상해임시정부에서는 광복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쟁이 끝나버려서 허탈한 심정이었다.
반면에
일제에 빌붙어서 밥을 얻어먹었던
인간들은 백성들에게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조선은 영원히 일제로부터 독립하지 못할 줄 알았다.
그래서 기를 쓰고 저쪽으로 줄을 섰던 것이다.
그런데 그 줄이 죽음의 줄이 되고 만 것이다.
세월이 한참 지났는데 다시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인생은 짧고 역사는 긴데 어디에 줄을 서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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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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