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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07. 2023

모든 사람이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2011년 가을에 뉴욕의 맨핸튼에 살고 있던 제프 렉스데일(Jeff Ragsdale)은 여자친구와 헤어져 괴로워하고 있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9세였다.

당시 제프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토로할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던 제프는 혹시 자신처럼 외로움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외로움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외로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외로움도 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프는 노란 종이에 자기 전화번호와 함께 짤막한 문장을 적어 맨해튼 곳곳에 붙였다.

그 노란 종이에는 ‘무엇이든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저에게 전화하세요.

외로운 제프.’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종이를 붙인 지 얼마 되지 않아 무려 7만 명의 사람이 제프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뉴욕에 사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국경을 넘어 캐나다에서도 대서양을 넘어 영국에서도 제프에게 연락을 했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서도,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제프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들은 자신도 외롭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고 제프에게 힘내라고 격려를 하기도 했다.

작은 종이쪽지가 불러일으킨 엄청난 반향에 전 세계 사람들이 놀랐다.

단지 한마디 말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제프만 외로운 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들에게 하루 종일 떠들어대는 텔레비전은 별로 위안이 되지 않았다.

온갖 정보와 쇼핑거리들이 넘쳐나는 인터넷 서핑도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 앞을 지나가지만 그들은 여전히 외로웠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그들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었다.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이란 책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렬한 고통과 기쁨은 모두 사람에게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별, 짝사랑 등은 인간을 시름시름 앓게 하는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이것들은 모두 사람으로부터 오는 고통이다.

반면에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한 기쁨 또한 사람을 통해서 온다.

사랑이 싹틀 때, 오랜 이별 뒤의 만남이 있을 때, 칭찬과 인정을 받을 때 사람은 기뻐한다.

이것들도 모두 사람에게서 오는 것들이다.

그래서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인간이 치르는 가장 성대한 의식들은 사람과의 만남이나 이별을 위한 것들이다.

출산, 생일, 결혼식, 송별식, 장례식 등 인생에서 중요한 의식들은 모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면서 이루어지는 의식들은 어떤 식으로든 존재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를 원하는 것은 사람이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컷 호랑이는 드넓은 영역을 자기 혼자 독차지하면서 살아간다.

호랑이는 외로운 동물이지만 외로움을 힘들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

세계적인 스타였던 메릴린 먼로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Nobody loves me.).’는 내용이 적힌 쪽지가 있었다고 한다.

외로움이 메릴린 먼로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지난 2008년에 시카고대학의 카시오포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현대인의 사망 요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사고나 암이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정호승 시인이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모든 사람이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혼자 싸우지 말고 둘이 만나고 셋이 모여서 외로움들을 이겨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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