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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20. 2023

웃음에는 힘이 있다


상담 선생인 박상미 선생의 책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과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공통적으로 소개하는 여성이 있다.

한때 대학교수를 꿈꿨던 발레리나 김현영 씨이다.

1961년생이었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안에서 성장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를 나왔고 발레리나로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시간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정교수가 될 것도 같았다.

자신의 꿈이 곧 이루어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꽃다운 나이인 서른 어간에 시력을 잃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어갈 때쯤에는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2004년의 일이었다.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게 싫어서 무작정 집을 나왔다.

눈의 시력을 어느 만큼은 되돌릴 수 있다는 무슨 센터에 들어가기도 했다.

절박했다.

그녀의 병명은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낯선 이름이었다.

백내장이 왔다가 어느 날 전혀 보이지 않게 된다는 병이었다.




시력을 잃은 2004년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2007년까지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았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면서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은 언젠가 다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는 죽기 위해서 노력을 했는데 이제는 살기 위해서 노력하기로 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로 일어서려고 했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더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다.

틈이 날 때마다 대전시 장애인 복지관에 들렀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이어나갔다.

시각장애인들에게 희망을 건네주고 싶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일지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삶의 의미를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늦깎이 나이인 40대 중반에 상담학 공부를 시작했고 쉰 살이 넘어서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 입학했다.

대전에 서울을 오가며 석사과정 공부를 했는데 성적은 늘 탑이었다.

에서 상담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전 장애인 자립생활대학의 학장을 맡기도 했다.

그녀는 비록 혼자 살고 있지만 매일 예쁘게 화장을 하고 다닌다.

그리고 전국 어디서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다닌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비결을 믿는 사람에게 그녀는 대답을 한다.

“누구를 만나든지 먼저 웃는 용기를 내면 돼요.”

그녀의 눈썹 화장은 그녀가 하지 않는다.

그날 그녀를 처음 만난 여성이 그려준다.

왜냐하면 그녀가 활짝 웃으면서 “제 눈썹 좀 그려주시겠어요? 눈썹을 그리고 싶은데 제가 눈이 안 보이네요?”라고 하면 누구든지 그녀를 도와준다고 한다.

눈썹뿐만 아니라 립스틱도 발라준다.

웃음의 힘이다.

먼저 웃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얀색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녀가 먼저 활짝 웃으면서 길을 물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도와준다고 한다.

그녀의 팔짱을 끼고 목적지까지 함께 가주는 사람도 있다.

먼저 웃는 용기를 내면 자신을 도와주려는 사람이 참 많은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한다.

세상이 아무리 뒤숭숭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착한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한다.

먼저 웃는 용기를 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김현영 선생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웃는 태도이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띠면서 자기 눈이 안 보인다고 말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자존심을 죽이고 또 죽여야 가능할 것이다.

김현영 선생은 그렇게 했다.

자존심 같은 것은 던져버리자고 했을 것이다.

자존심 대신에 웃는 얼굴을 택했다.

고집 대신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세상이 환하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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