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험이 사람을 잘못 보게 만든다

by 박은석


사람을 잘못 볼 때가 많다.

뒷모습을 보고 반가운 사람인 줄 알고 반가이 이름을 불렀는데 뒤를 돌아본 그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세요?”라고 묻는 말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죄송하다는 말만 연거푸 하고 얼른 그의 눈앞에서 사라져야만 했다.

이름만 불렀을 때는 그래도 괜찮다.

어떤 경우에는 반가운 나머지 다가가서 앞사람의 어깨를 때리기도 했다.

그때의 당혹감은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그 사람이 참아줬기에 그렇지 안 그랬다면 길 가는 행인을 폭행한 것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괜히 이름을 불러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나도 불편한 상태가 된다.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그때뿐이었다.

뒷모습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이것도 내 오지랖의 일부분이다.

뒷모습이 닮았으니까 앞모습도 그 사람일 것이라고 단정해 버리는 오지랖 말이다.




외모로만 사람을 잘못 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내면도 잘못 볼 때가 많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저 사람은 저럴 거야’라며 지레짐작해버린다.

그렇게 짐작하는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그 사람을 대하면서 느낀 경험 때문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한데 어우러져서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모임에 몇 번 늦게 오는 사람이 있으면 으레 그 사람은 항상 늦는 사람이라고 평을 내린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나보다 모임에 일찍 나오는 일이 있으면 어쩐 일이냐며 놀란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그 사람은 항상 늦는 사람이 아니다.

뭔가 사정이 있어서 늦었을 것이다.

출발하기에 앞서서 누군가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을 수 있고 오는 길이 막혔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사정들은 고려하지 않고 한 가지의 일로 그 사람 전체를 평가했었다.




노비 출신이니까 그 실력이 얼마나 되겠냐고 생각했다면 세종대왕은 장영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별로 대단한 업적도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면 류성룡은 이순신을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력이 없는 가문이니까 거들떠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정조대왕은 다산 정약용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남들 눈에는 장영실, 이순신, 정약용이 대수롭지 않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장영실의 숨겨진 모습을 보았다.

류성룡은 이순신의 능력을 보았다.

정조대왕은 정약용의 실력을 보았다.

세종대왕이나 류성룡, 그리고 정조대왕은 보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못 보았을까?

지금까지의 경험이 눈을 가려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노비 출신은 형편없다는 경험, 크게 승리한 적이 없는 인물에게 큰일을 맡기는 것은 모험이라는 경험, 기울어진 가문에서는 인재가 나오기 어렵다는 경험들이 사람들의 눈을 가려 버린 것이다.




세종대왕이 장영실을 만났을 때, 류성룡이 이순신을 만났을 때, 정조대왕이 다산 정약용을 만났을 때, 그들에게도 사람을 보는 경험이라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과감히 내려놓았다.

내가 겪은 경험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노비 출신 중에서도 출중한 인물이 나올 수 있고, 변변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장수라고 하더라도 위대한 장군이 될 수 있고, 몰락한 가문에서도 지혜와 지식이 뛰어난 신하가 나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사람을 제대로 본 것이다.

오늘 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을 만나기 전에 나는 지금까지의 경험들을 가지고 그들에게 갈 것이다.

뒷모습이 닮았다고 해서 엉뚱한 사람에게 다가가지 말아야겠다.

나의 경험들을 가지고 그 사람을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아야겠다.

그 사람에게서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면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마음으로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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