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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18. 2023

우리 지도자들이 책 읽는 지도자라면 좋겠다


중국 근대화의 아버지인 쑨원은 늘 책을 가까이했다고 한다.

전쟁터에서도 손에는 늘 책이 들려 있었고 망명길에 오를 때도 책보따리를 챙겼다고 한다.

밥은 굶더라도 책은 굶지 않았고 사람을 만나면 첫마디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쑨원을 만나려면 일단은 책 한 권 정도는 손에 들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중국인들이 쑨원을 존경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모습일 것이다.

책 읽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쿠바의 민중 지도자였던 체 게바라도 늘 책을 가까이했다고 한다.

야산에 숨어서 게릴라 작전을 펼칠 때도 그의 손에는 시집이 들려 있었고 문학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참모들과 작전회의를 하는 중간중간에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펼쳐 들었다고 한다.

쿠바인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여전히 체 게바라를 그리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모습일 것이다.

책 읽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지도자가 지혜로운 사람이기를 원한다.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들을 명쾌하게 풀어주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지도자 한 사람으로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할 것도 안다.

하지만 지도자가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기를 원한다.

지도자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책 읽는 지도자라면 백성들의 고충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자신의 나라에 대한 역사인식과 미래에 대한 발전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책을 읽는 지도자라면 적어도 자신의 나라를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비록 정책의 실수와 실패는 있겠지만 나름대로의 소신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백성들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믿는다.

그러기에 지도자가 책 속에서 길을 찾기를 바란다.

지도자가 안 찾으면 백성이 찾아 나선다.




캐나다 작가 얀 마텔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2007년 3월에 ‘캐나다 예술위원회 5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된 얀 마텔은 그곳에 캐나다 수상인 스티븐 하퍼가 온 것을 보았다.

그런데 스티븐 하퍼는 그 행사를 즐기지 못하고 계속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다음 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얀 마텔은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는 무엇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을까? 우리는 지도자가 어떤 마음을 품기를 바라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지도자가 꿈꾸는 생각이 자칫하면 백성들에게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국가의 지도자라면 문화예술의 중요하다는 것도 알아야 하며 고요히 사색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자신의 생각을 수상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가장 작가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그가 택한 것은 수상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2주에 한 번꼴로 수상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얀 마텔은 수상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책을 꼭 읽어보시라며 추천사를 써 주었다.

바쁜 일정의 총리를 생각해서 책의 분량은 200페이지가 넘지 않는 것으로 택했다.

내용은 쉽고 간결한 책으로 골랐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선정하였다.

그렇게 해서 총리에게 <어린 왕자>, <이반 일리치의 죽음>, <동물농장>, <광인일기>, <캉디드> 같은 책들을 소개하였다.

그가 문학장르를 추천한 이유는 정치적 상황에서 벗어나 냉철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퍼 수상의 답장은 한 번도 없었지만 마텔은 근 4년 동안 계속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책을 우리의 지도자들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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