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고 싶을 때면 망설이지 않고 떠난다.
한 시간만 운전하면 바다를 볼 수 있다.
오이도, 대부도, 제부도가 내가 주로 가는 곳이다.
차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 마음이 탁 트인다.
끼륵끼륵거리는 갈매기 소리와 철썩거리는 파도소리가 조화를 이룬다.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도 조화를 이룬다.
하얀 백사장과 밝은 태양빛도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고픈 배와 먹고픈 횟감도 조화를 이룬다.
바닷가에 자기 건물이 있는 횟집보다 시설은 허름해 보이지만 횟감을 직접 고를 수 있는 회센터에 발길이 간다.
온갖 물고기들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직접 고르며 흥정할 수 있어서 좋고, 값이 저렴해서 좋다.
주차를 하고 회센터에 들어서는 순간 어느 가게에 들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미리 정보를 챙겼다.
인터넷상에서 좋은 평을 얻은 가게를 찾았다.
내 눈에는 별로 특별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회센터의 가게들은 진열 상태도 비슷하고 가격도 비슷하다.
그러니 아무 가게에 들어간다고 한들 더 좋을 것도 없고 더 안 좋을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그 가게에 대해서 좋은 평이 쏟아지는지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른 가게 주인이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만원 더 깎아준다거나 하는 그런 인심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안 그러면 요즘 세상에 인터넷상에서 칭찬의 글들이 마구마구 올라오지 않을 것이다.
요즘 세상은 칭찬의 말이 참 박하다.
기분 좋게 지내다가도 한순간에 돌변한다.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하늘의 별을 따다가 무기를 삼는다.
한번 쏟아진 악평은 영원히 인터넷상에 떠돈다.
우리가 내지른 소리가 파장을 일으키며 세상 어딘가로 계속 떠도는 것과 같다.
그래서 가게 사장님들은 억지로라도 친절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아마 퇴근할 때쯤에는 골병이 들 것 같다.
어쨌든 눈을 크게 뜨고 인터넷에서 본 그 가게를 찾았다.
그런데 가게 주인이 없었다.
자기가 안 보일 때는 여기로 전화하라고 휴대폰 번호가 적힌 안내판을 올려놓고 주인이 사라져 버렸다.
잠시 화장실에 갔나 싶어서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로 처음 듣는 목소리다.
가게에 와 있다고 했더니 미안해하는 목소리다.
잠시 물건을 보러 나왔다며 한 시간 정도만 기다려줄 수 있냐고 했다.
이미 점심때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더 이상 기다릴 배가 아니었다.
눈앞에 횟감들이 춤을 추는데 한 시간을 참는 것은 고행이었다.
우리가 무슨 수도승도 아닌데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집 아니면 저 집 가면 되는데 꼭 이 집에서 회를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나도 처음 온 가게이고 사장의 얼굴도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다음에 오겠다며 전화를 끊으려는데 사장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다른 가게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사장님이 소개해준 가게에도 주인이 없었다.
그랬더니 또 다른 가게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 자신의 소개로 왔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결국 그곳에서 횟감을 사서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전화가 왔다.
아까 그 사장이었다.
회를 잘 샀냐고 묻고 어느 식당에서 식사하냐고 물었다.
조금 있으니까 이번에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매운탕 주문할 때 가격을 먼저 물어보고 1인당 만원 이상이면 주문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가 찾아간 식당이 매운탕 값을 비싸게 받는 식당인 것 같았다.
조금 있으니까 또 문자메시지가 왔다.
미안하다며 다음에 오면 잘 대해주겠다고 했다.
좋은 시간 보내고 가라는 인사였다.
얼굴도 모르는데, 내가 대단한 손님도 아닌데, 자기 가게에 찾아왔다는 이유만으로도 끝까지 신경을 써주려고 하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
다음에 대부도에 가면 사장님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