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과 광복절에는 대한사람의 책을 읽는다

by 박은석


1년 300권 책읽기 운동에도 나만의 작은 루틴이 있다.

평상시에는 내 마음에 끌리는 책을 골라서 읽지만 1년에 딱 두 번은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책을 읽는다.

삼일절이 들어 있는 주간과 광복절이 들어 있는 주간의 책읽기이다.

기미독립선언서를 외쳤던 삼일절은 벌써 100년이 훨씬 지났다.

내 할머니가 1919년생이셨던 것을 생각하면 까마득한 옛날의 이야기다.

광복절도 벌써 78주년이 되었다.

박경리 선생은 대하소설 <토지>를 1945년 8월 15일의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속에서 뜨거움이 올라왔고 눈물이 주르륵 흘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도 마음속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책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날 직접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분들의 감정을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살짝만 느낄 뿐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그 살짝 느끼는 감정조차도 중요하다.




국민학생 때 한창 위인전을 읽을 때가 있었다.

그때 꽤 많은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나석주, 홍범도, 김좌진.

그분들의 희생 때문에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넣었다.

그러나 삶에 쪄들어 지내다 보니 해마다 돌아오는 삼일절과 광복절이 나에게는 그냥 공휴일로만 여겨졌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언제부터인가 삼일절과 광복절이 들어 있는 주간에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주는 책들을 골라서 읽게 되었다.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도 다시 읽었고 약산 김원봉을 소개하는 책도 읽었다.

결은 다르지만 독립운동만큼은 남에게 지지 않으려 했던 두 위인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원들의 삶을 그려준 <제시의 일기>는 읽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내가 대한민국의 사람임을 자각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광복절을 맞이해서 읽겠다고 하는 책은 박시백 화백의 <35년> 전집이다.

전부 7권 세트로 발간되었는데 완결되지 않았을 때 조금 읽다가 멈췄던 책이다.

사실 나는 만화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만화책 읽는 속도도 굉장히 느리다.

만화책은 책 같은 느낌이 안 들고 내용도 가볍게 느껴진다.

하지만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 20권 세트를 읽으면서 만화책에 대한 내 선입견이 산산조각 났다.

오히려 만화로 만들었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35년>도 그렇다.

나 스스로 독립운동 역사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다고 자부했는데 <35>년을 대하면서 ‘내가 이렇게 몰랐구나!’ 탄식을 하면서 부끄러워한다.

그만큼 우리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지식이 부족했다는 말은 핑계이다.

배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족했다.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지했고 몰랐던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명언이다. 폼 나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역사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

어느 순간 내가 한민족의 자손인데 내 나라 내 민족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게라도 철이 든 것이다.

그때부터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1년에 두 번이라도 역사에 대한 책을 읽자고 했다.

나 스스로와 맺은 약속이다.


1919년의 사람들은 3월 첫 주간에 실컷 울었다.

1945년의 사람들은 8월 중순에 실컷 울었다.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어른이든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삼일절을 맞아 눈물을 흘린다면 대한의 사람이고 광복절을 맞아 눈물을 흘린다면 대한의 사람이다.

나는 내가 대한의 사람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삼일절과 광복절에는 대한사람의 책을 읽으려고 한다.


https://brunch.co.kr/@pacama/810

https://brunch.co.kr/@pacama/642

https://brunch.co.kr/@pacama/437

https://brunch.co.kr/@pacama/262

https://brunch.co.kr/@pacama/260

https://brunch.co.kr/@pacama/17

https://brunch.co.kr/@pacama/261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