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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30. 2023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지저분한 내용의 뉴스를 들으면 내 마음도 지저분해지는 것 같다.

귀를 씻고 눈을 씻고 마음을 씻고 싶다.

어쩌다가 이 좋은 세상에 못된 사람들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루스트는 <자작나무>라는 시에서 “이 세상은 사랑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더 이상 좋은 곳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노래했다.

그런데 과연 이 세상이 사랑하기에 좋은 곳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고전을 읽는다.

오늘은 중국 고전 <묵자(墨子)>를 읽으며 지저분한 내 마음을 씻어 보았다.

묵자가 살았던 2500년 전 세상이나 내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세상이나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그때도 시끄러운 소문이 나돌았고 지금도 그렇다.

그때도 어지러운 사회였고 지금도 그렇다.

그때도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고 지금도 그렇다.

그렇다면 묵자의 가르침이 지금 세상에도 유효할 수 있을 것이다.




묵자는 세상이 어지러운 이유는 사람에게 그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하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진 사람이 어질게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어진 사람이 일을 할 때는 천하에 이로움을 불러오고 해로움은 제거하면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묵자가 생각하는 천하에 이로운 것은 무엇이고 해로운 것은 무엇인가?

묵자의 대답은 명쾌하다.

나라와 나라가 서로 공격하고, 가문과 가문이 서로 빼앗으며, 사람과 사람이 서로 해치고, 임금과 신하가 서로 은혜를 베풀지 않고 충성스럽지 않으며, 아버지와 자식이 서로 자애롭지 않고 효성스럽지 않으며, 형과 아우가 서로 화목하지 않는 것이 바로 해로운 것이다.

이로운 것은 그 반대이다.

그렇다면 이런 해로운 것들은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

묵자의 대답은 여기서도 명쾌하다.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했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만, 자기가 속한 공동체만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기 나라만 사랑하고 남의 나라는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기 집안만 사랑하고 남의 집안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집안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자기 몸만 사랑하고 남의 몸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남을 해치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임금과 신하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은혜롭지 않고 충성스럽지 않게 되며, 아버지와 자식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자애롭지 않고 효성스럽지 않게 되고, 형과 아우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화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강자는 약자를 다스리고, 부자는 가난한 자를 업신여기며, 귀한 자는 천한 자를 오만하게 대하고, 간사한 자는 어리석은 자를 속이게 된다.

천하의 재앙과 강탈, 원한이 일어나는 이유는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묵자는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의 나라 보기를 자기 나라 보듯 하고, 남의 가문 보기를 자기 가문 보듯 하며, 남 보기를 자기 보듯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전쟁이 일어날 일도 없고 서로 빼앗을 일도 없으며 서로 해치지도 않고 서로 화목해진다고 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인데 실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도자가 먼저 노력하면 백성들도 따라서 실천하게 된다.

힘든 일이라도 지도자가 기꺼이 그 일을 하고 있으면 백성들도 따라서 한다.

지도자가 하는 일이 그 시대의 유행이 되는 이유이다.

지도자가 남을 사랑하면 백성들은 지도자를 좇아 남을 사랑한다.

지도자가 남을 이롭게 하면 백성들은 지도자를 따라서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한다.

너무나 단순한 현상이다.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지도자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묵자는 꾸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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