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자리도 바꾸었다. 얇은 홑이불을 걷어내고 도톰하게 부푼 놈으로 하나 장만을 했다. 그 속에 들어가면 포근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아이들도 이불을 온몸에 칭칭 감고서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활보를 한다. 새 이불에서 풍기는 기운이 좋은가 보다.
새벽 냉기가 방으로 들어올라 창문을 닫고 보일러도 살짝 돌린다. 에너지 절약 이야기는 접어둔다. 따뜻하게 한숨 자는 것이 으스스하게 자는 것보다 몇 갑절이나 낫다. 잠이 보약이라고 하지 않는가?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온돌은 세계 최고의 난방 시스템이다.
열대지방에서야 별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따뜻한 것은 누구나 좋아한다.
따뜻한 집과 추운 집 중에서 택하라면 당연히 따뜻한 집이다. 따뜻한 사람과 차가운 사람에게서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게 좋다.
감정이나 마음의 상태도 따뜻한 게 좋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런 것을 꼭 실험을 해 보고 객관적인 수치를 기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자들이 하는 일이 그렇다.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Harry Harlow) 박사는 젖먹이 아기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그런 실험을 했다.
아기 원숭이 앞에 인형 두 개를 설치해 두었는데 하나는 철사로 만든 인형이었고 또 하나는 부드러운 헝겊으로 만든 인형이었다.
철사인형에게는 우유병이 있었고 헝겊인형에게는 우유병이 없었다.
자, 이제 아기 원숭이는 어느 인형에게 갈까?
분명히 배가 고프니까 당연히 우유병이 있는 철사인형에게 가서 오래도록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그러지 않았다.
아기 원숭이들은 줄곧 헝겊인형에게 안겼고 우유를 먹을 때만 잠깐 철사인형에게 다녀올 뿐이었다.
두 인형의 거리를 가까이하였더니 아예 헝겊인형에게 안긴 채 입만 철사인형에게 있는 우유병으로 향하였다.
실컷 놀다가도 갑자기 시끄럽거나 무서운 상황이 벌어지면 여지없이 헝겊인형에게 안겼다.
이 실험의 결과를 정리하여 해리 할로우 박사는 동물들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을 좋아한다는 ‘할로우의 법칙’을 발표하였다.
나는 실험을 하지 않아도 대번에 알아맞힐 수 있는 문제였는데 아깝다. 내가 먼저 생각해냈더라면 좋았을 것을. 나도 이런 쉬운 문제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다.
그런데 이런 것을 알고만 있으면 뭐하나? 실천하는 게 중요하지.
철사처럼 차갑고 날카로우면 가까이 왔다가도 흠칫 놀라고 섬뜩 무서워할 것 아닌가?
따뜻하고 부드럽게 살고 싶다. 언제든지 누구나 찾아와서 편히 쉬었다 가고 안겼다 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어머니의 품처럼 언제든지 두 팔 벌려 반겨주는 사람, 지친 일상에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주는 사람, 꼭 한번 만나고 싶은 고향 친구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그립다. 그런 사람끼리 서로 만나면 반가워서 엄청 호들갑을 떨 것 같다.
윤동주의 <호주머니>라는 시가 떠오른다.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사이좋게 갑북갑북거리는 두 주먹의 따사로움이, 두 주먹의 재잘거리는 행복에 겨운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