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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15. 2023

지금껏 안전한 것은 기적이다 축복이다


비행기가 더 안전할까 자동차가 더 안전할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비행기에 탔든 자동차에 탔든 치명적인 사고가 나면 ‘안전’이라는 말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행기보다 자동차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해서 심리학자들이 연구해 보니까 자동차는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데 비행기는 자신이 조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자동차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이 운전을 하기 때문에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는데 비행기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행기는 자신이 직접 운전하는 게 아니다.

비행기를 운전하는 조종사가 따로 있다.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그 조종사의 손에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조종사의 판단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너무나 황당무계한 주장인데 이런 주장이 먹힌다.

그래서 비행기보다 자동차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을 한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혹 가다가 한 번 나오는 비행기 사고가 대서특필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잔해들과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불타는 비행기, 아비규환의 사람들과 구조대원들의 다급한 움직임.

이 모든 내용들이 비행기 사고에 대한 기사로 제공된다.

반면에 자동차 사고는 그리 특별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러니 비행기 사고가 나면 다 죽는다는 인식이 우리의 머리를 장악하고 있다.

물론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간혹가다가 한 번 있는 일이고 대부분은 크고 작게 다칠 뿐이라고 생각을 한다.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지만 단편적인 생각을 진실이라고 믿어 버린다.

사실 자동차 사고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 건이 발생하지만 비행기 사고는 1년에 몇 번 일어날 뿐이다.

그것도 비행기가 추락한다거나 폭발한다는 등의 대형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몇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다.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나 어리석다.

사실 여부를 따져보지도 않고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믿어 버린다.

운명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믿는다.

<분노의 질주> 같은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가?

자신이 운전대를 잡기만 하면 길이 갑자기 꺼지더라도 날아오를 것이고 산사태가 나서 위에서 돌덩이가 떨어지더라도 요리조리 피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수십 년 경력의 무사고 운전사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절대로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근거도 없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믿는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취해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들어 왔다.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노력했다고 해서 다 성취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운명을 자기 스스로 개척할 수도 없다.




심리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비행기가 자동차보다 사고로부터 더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 있다.

시험을 치렀다면 우리의 생각과는 다른 선택이 정답이다.

다시 시험지를 들여다보아도 내 생각에는 내가 선택한 것이 정답인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그게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내 생각은 정답이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생각하는 일에는 겸손해야 한다.

항상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 사고의 대부분은 자신의 생각대로 운전을 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자신은 생각대로 잘 운전했는데 상대방이 들이받아서 사고가 난다.

또 자신은 생각대로 잘 운전했는데 하필 그 생각대로 운전한 것이 사고를 내게 된 것이다.

군대 운전병일 때 매일처럼 외쳤다.

“안전운전, 방어운전!”

내가 사고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껏 내가 안전한 것은 내 실력 때문이 아니다.

기적이다.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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