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질병을 알게 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질병이다.
내가 아픈 게 아니다.
누군가 그 질병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기에 그게 어떤 질병인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쉽게 검색되지 않았다.
검색어를 바꿔가면서 찾아보고 또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내가 찾는 병명의 정확한 이름을 알게 되었다.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었다.
증세는 갑자기 찾아왔을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질병인 것 같았다.
사실 우리가 겪는 거의 모든 질병이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진행되어 온 질병이다.
그래서 치료가 쉽지 않다.
20년 동안 진행된 질병이라면 치료하는 데도 20년의 세월이 걸릴 수 있다.
그동안 몸은 지쳐가고 나이가 들고 체력이 약해진다.
설령 그 질병을 완전히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치료하는 시간 동안에 다른 질병을 앓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몸의 질병을 치료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의학지식이 굉장히 발달한 시대를 살고 있는데 그깟 질병쯤은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유명한 병원이 없을까?
그 질병을 잘 고쳤다는 의사는 없을까?
검색하고 또 검색해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단지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는 글들만 보였다.
그리고 의료보험 혜택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들이 있었다.
쉽게 고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는 암시이다.
불현듯 그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었던 사람은 아니다.
오늘 우연히, 정말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다.
이름만 들었다.
나이가 몇인지, 어디에 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
이름도 진짜 그 사람의 이름인지 아니면 가명인지 알지 못한다.
이런 경우도 안다고 할 수 있는지 아니면 모른다고 하는 게 맞는지 그것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그 사람의 이름은 알았으니까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의 일이라면 관심이 없다.
러시아 군대와 우크라이나 군대가 대립하고 있는 전장에는 무슨 무슨 ‘스키’라고 불리는 군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 지금도 전쟁의 공포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어느 나라가 전쟁에 이기는지보다 당장 이 전쟁에서 내가 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그 전장에서 부상당하고 다친 군인들도 많을 것이다.
그들의 부르짖음 소리는 처절할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들의 아픔이 와닿지 않는다.
그 수많은 ‘스키’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군인들이 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얼굴도 이름도.
만약 그중의 한 사람이라도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내 마음이 다를 것이다.
만약 그중의 한 사람이라도 내가 만나본 사람이 있다면 내 마음은 엄청 아플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늘 알게 된 그 사람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몰랐다면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그저 그런 날이었을 텐데 그 사람을 알았기 때문에 오늘은 어제와 다른 날이 되었다.
여기 분당에 큰 병원들도 많은데 이쪽에 와서 진료를 받아보라고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이미 할 만큼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에게 질병의 소식이 전해지기까지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해보았을 것이다.
결과는 똑같이 나왔을 것이다.
치료를 위해서 의료진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심장이 쿵 떨어지고 절망하고 또 절망했을 것이다.
나는 의학 지식도 없는 사람이라서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전혀 없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봤더니 한 가지는 있다.
기도하는 것이다.
그의 이름도 알고 그의 질병도 알았으니 새벽에 그를 위해서 기도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