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를 먹지 말고 참으라고만 할 수는 없다

by 박은석


참을성이 많은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사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심리학교수인 월터 미셸은(Walter Mischel)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인 마시멜로를 가지고 직접 실험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주고 지금 당장 먹지 말고 15분 후에 먹으면 보너스로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방 안에 아이와 마시멜로만 남겨두고 관찰자는 나가버렸다.

혼자 남은 아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마시멜로를 쳐다본다.

15분을 기다렸다가 하나 더 먹느니 지금 하나를 먹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한 아이는 곧바로 마시멜로를 먹는다.

그런데 아이들 중에는 15분 동안 기다렸다가 약속대로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는 아이도 있었다.

몇 년 후, 그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을 살펴보았더니 놀랍게도 그때 15분의 시간을 참은 아이들은 참지 못한 아이보다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이쯤 되면 우리의 부모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히 보인다.

어려서부터 잘 참는 것을 훈련한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하니까 당연히 아이에게 잘 참는 훈련을 시킨다.

잘 참으면 성적이 올라가고, 성적이 오르면 좋은 대학에 가게 되고,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좋은 직장에 가게 될 테고, 그러면 인생이 쫙 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시멜로를 보고도 15분 동안 먹지 않고 잘 참았다고 해서 그 아이가 인내심이 강한 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맛있는 과자라도 배부른 아이에게는 식욕이 당기지 않을 것이다.

이런 아이에게는 15분의 시간과 인내심은 별개의 문제이다.

반면에 굉장히 참을성이 강한 아이인데 지금 몹시도 배가 고픈 상태라면 어떨까?

그 아이는 15분의 시간을 참지 못할 것이다.

그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질 것이다.

지금 당장 배가 고픈데 먹을 것을 앞에 두고서도 참는 것은 미련해 보일 것이다.




어쨌든 우리의 현실에서는 마시멜로를 당장 먹어치우지 않고 15분을 견디는 아이가 인생 성공자가 되리라 생각한다.

몇 년 전,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호아킴 데 포사다(Joachim de Posada)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있다.

아이들을 그렇게 키워야겠다는 부모들의 열정이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나도 그 책을 읽으면서 참을성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깊이 했다.

갑자기 중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는 글이 교실 벽에도 걸려 있었고 내 책상에도 붙어 있었다.

그 글을 보면서 놀고 싶은 것을 참았다.

하고 싶은 일도 참았다.

그렇게 잘 참고 견디면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만큼 살고 보니 잘 참는 게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잘 참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잘 참는 그것이었다.

잘 참아서 얻은 것은 ‘참을성’이었다.




15분을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두 개 주겠다고 했던 어른이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을 아이가 알고 있었다면 과연 15분을 참을 수 있었을까?

15분을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두 개 받는 것은 맞는데 그것을 그 어른이 뺏어가 버린다면 아이는 15분을 기다릴까?

이런 경우들 같으면 아이는 15분을 기다리라는 어른의 말을 무시하고 당장 자기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를 먹어버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잘 참는 것이 잘 사는 것이 될 수가 없다.

잘 참는 것이 손해 보는 일이 될 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아서 손해 본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다시는 참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곤 했다.

주위를 보면 미련 곰탱이처럼 끈질기게 참는 사람보다 약삭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이 더 잘 사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삶이 더 나은 삶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마시멜로를 먹지 말고 참으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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