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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10. 2023

무소유의 삶을 생각해 본다


월든 호숫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생각해 본다.

150년도 훨씬 이전에 살았던 사람이지만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삶을 무소유의 삶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한번 그렇게 살아보려고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진짜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하트마 간디가 그랬고 법정 스님도 그랬다.

간디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웃통을 벗고 맨발로 앉아서 물레를 돌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법정 스님의 모습은 남루한 가사 한 벌과 함께 떠오른다.

중세 유럽의 도미니크 수도회는 가난과 순종과 순결이라는 복음3덕을 지켜야 했다.

좋은 말로 ‘청빈’이라고 했지만 가난한 삶을 살았다.

도미니크 수도회도 무소유의 삶을 추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한 가지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큰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런 삶을 살려고 하지 않는다.

무소유보다 다소유가 더 좋다고 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무소유의 삶을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무소유의 시간이 있었을까?

없었다.

나는 항상 무엇인가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아무리 가난한 가정에 태어난 아기일지라도 배냇저고리 하나는 걸친다.

그렇다면 그 아기는 배냇저고리 하나를 소유한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 아기를 둘러싼 가족이 있다면 그 아기는 가족을 소유한 것이다.

무소유가 아니다.

눈을 뜨면 보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고 소리를 들으면 듣는 것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말과 글을 배우면 말과 글을 소유하게 되고 말과 글에 담긴 문화와 지식을 소유하게 된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을 소유하게 되고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소유하게 된다.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없는 무소유의 때는 우리 인생에 단 한순간도 없었다.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있다.




월든 호숫가의 소로도 무소유의 삶을 산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숲이 있었고 오두막이 있었고 지식이 있었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았지만 사실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해서 나를 본다면 나에게는 소유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기준으로 해서 나를 본다면 나에게 소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소로는 일부러 월든 호숫가로 갔다.

남들이 가진 것을 일부러 안 갖기로 했다.

그래도 그는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았다.

소로와는 달리 나는 남들이 가진 것을 가질 수 없는 삶을 사는 것 같다.

나도 남들이 가진 것을 갖고 싶고 나도 남보다 많은 것을 갖고 싶다.

그러나 나의 삶은 나에게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많이 갖지 못하는 쪽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삶도 나름대로 살 만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뇌성마비 장애인인 송명희 시인을 알게 되었다.

그녀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인사말 몇 마디 하는 데도 온몸을 비틀며 몇 분의 시간을 들이고 있었다.

나에게는 간단한 일인데 송명희 시인은 그 일을 그렇게 힘들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삶을 불평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이 무소유의 삶이라고 하지도 않았다.

단지 내가 갖고 있는 걸 그녀가 갖고 있지 않을 뿐이며, 그녀에게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고 노래했다.

그녀의 대표작인 <나>라는 시가 그렇게 노래한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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