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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Nov 26. 2023

글쓰기를 멈춘 게 아닙니다.

2000년 9월이었나? 가물가물하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날이.

프로필에 적은 걸 보니까 2020년 9월 11일부터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군.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올리자고 마음 먹었다.

글의 주제는 정하지 않았다.

그날 떠오르는 주제로 글을 쓰되 A4용지 한 장 분량의 칼럼을 쓰기로 했다.

한글문서 기본 편집양식으로 작성하되 글자 크기는 10포인트로 했다.

칼럼은 기승전결의 형식을 따라 4개의 문단으로 작성하기로 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 한 편의 글을 쓰려고 했다.

일기처럼. 하지만 일기가 아닌 것처럼.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매일 그날에 떠오르는 생각을 잡고 한 편의 글을 짓는 게.

수다스러운 일상의 이야기들은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했다.

단 한 문장이라도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려고 했다.

작품을 엮어서 한 권의 책을 낸다거나 하는 목적은 없었다.
단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날의 칼럼을 쓰는 것에 만족했다.

한 3년 동안 줄기차게 썼다.

3년 동안 빼먹은 날이 하루 이틀 정도 될 것이다.

그런데 3년 지난 후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황동규 선생이 <즐거운 편지>에서 쓴 것처럼

언젠가..언젠가는.. 그칠 것을 믿었다.


최근 들어서 부쩍 글을 올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사람들, 아니 내 글을 구독하겠다고 클릭한 사람들 중에는 별의별 생각을 다할 것이다.

이제 나에게도 때가 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글감이 떨어진 것은 아니냐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 글쓰기를 포기한 것은 아닐까 생각할 것이다.

그래,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멈출 때가 있다.

나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어떤 이는 브런치 프로필에 매일 한 편의 글을 올린다고 쓰인 글을 보면서 나의 위선을 꼬집을 것이다.

그래. 그런 사람에게 대답할 말이 없다. 요즘 많이 빼먹었으니까.


변명을 하자면 할 말이 많다.

그동안 브런치에 글이 안 올라가는 날이라고 해서 내가 내려놓고 낸 것은 아니다.

그때도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브런치에 올릴 글이 아니었을 뿐이다.

어서 이 시간이 지나기를 바랐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루에 글 한 편 짓고 브런치에 올리고 싶었다.

이제 곧 그런 시간이 올 것 같다.

나를 끌어당기는 인력 같은 사람들, 모임들, 숙제들이 하나씩 정리되고 있다.

그것들이 다 정리되면 홀가분해질 것이다.

이제 나의 시간이 다시 생길 것이다.

그때가 되면 다시 매일 글 한 편 쓰기에 다시 도전해 볼 것이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다른 글을 쓰고 있다.

나를 모르는 사람은, 글로써 나를 안 사람은 궁금할 것이다.

그분들에게 분명히 알려주고 싶다.

나, 놀지 않았다고.

브런치에 글이 없다고 해서 글쓰기를 멈춘 것이 아니라고.

비록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지만

다른 어딘가에서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었다고.

사람은 쓰는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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