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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an 03. 2024

2024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았다


중국 춘추시대 때 진(秦)나라에 목공(穆公)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에게는 아끼는 준마가 한 마리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말을 잃어버렸다.

아무리 작은 나라의 왕일지라도 그 왕이 타고 다니는 말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신하가 있었을 텐데 그날은 어떻게 된 일인지 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목공은 도성에 방을 붙이고 현상금을 걸면서까지 자신의 말을 찾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아무도 말을 보았다거나 말의 행방을 안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임금인 목공이 직접 말을 찾아 나섰다.

몇 날 며칠을 찾아 헤맨 끝에 어느 산골짜기에서 드디어 말을 찾았다.

그런데 그 말은 이미 그곳 주민들의 식량이 되어 있었다.

산골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굴러들어온 그 말을 잡아서 모닥불에 구워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목공과 신하들의 심기는 굉장히 불편했다.

신하들은 목공에게 그 사람들을 처형시키자고 하였다.




하지만 목공의 생각은 달랐다.

그도 분명히 분개했을 테지만 이미 말은 죽은 상태였다.

사람들을 처형했다고 해서 죽은 말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먹은 것을 토해낸다고 한들 말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목공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군자는 가축 때문에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내가 듣기에 말고기를 먹고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사람의 몸이 상한다고 한다.

그러니 저 사람들의 몸이 탈 나지 않도록 좋을 술을 가져다주어라.

저들이 배부르게 먹고 마실 수 있도록 해 주어라.” 자신들이 잡아먹은 말이 왕의 준마였음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이제는 영락없이 죽었구나 생각하면서 땅에 엎드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런데 임금께서 자신들의 죄를 묻지 않고 살려주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임금께서 좋은 술까지 내려주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몰라 하였다.

그렇게 그날의 일은 지나갔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목공의 진 나라는 이웃 나라와 큰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그 전쟁에서 목공의 군대는 수세에 몰리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목공도 적군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자칫하면 나라도 잃고 임금도 사로잡힐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갑자기 한 무리의 군대가 달려와서 필사적으로 싸워서 목공을 구출해 내었다.

그 군사들의 용맹함에 자극을 받은 목공의 부하들도 더욱 힘을 내서 적군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전세는 역전되었고 목공은 큰 승리를 거두었다.

전투가 끝난 후 목공은 갑자기 나타난 그 군대를 불러서 무슨 이유로 자신을 위해서 싸워주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군대의 대표가 대답했다.

“저희는 전에 임금님의 준마를 잡아먹은 사람들입니다. 그때 임금님께서 저희를 벌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술로 저희를 대접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그때의 은혜에 보답한 것뿐입니다.”




이 전쟁 이후에 목공은 점점 승승장구하였고, 춘추오패(春秋五覇, 춘추시대 때 가장 세력이 강한 다섯 제후) 중의 한 임금이 되었다고 한다.

목공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서 2024년 새해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다양한 주장이 난무하는 시대 속에서 내가 취해야 할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취할 삶의 자세는 ‘자비’이다.

아끼는 말을 잃어버렸을 때 그 책임 소재를 묻고 벌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목공은 신하들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고생 끝에 말을 찾았지만 그 말을 잡아먹고 있는 사람들을 봤을 때 목공은 그들에게도 죽음을 맛보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목공은 자비를 베풀고 그들을 살려주었다.

그리고 자비의 끝판왕처럼 그들에게 더 좋은 선물까지 얹어 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잊어버렸다.

자랑하지도 않았고 기념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비는 부메랑처럼 언젠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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