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Jan 23. 2024

여주 루덴시아 테마파크를 걸으면서 느낀 점


모처럼 만에 우리 4식구가 쉬는 날이었다.

1년 364일 중에 이런 날이 흔치 않다.

아이들이 학원에 가든지, 내가 일을 하든지 하기 때문에 4식구가 동시에 쉬는 날은 많지 않다.

늘어지게 푹 자고 점심때쯤 해서 온 가족이 여주에 있는 루덴시아 테마파크라는 곳을 방문했다.

유럽풍의 건물과 정원이 어우러진 관광지라고만 알고 있었다.

매표소에 들어서는 순간 빨간 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사람들의 소개처럼 유럽풍의 건물이었다.

카메라 각도를 잘 조작해서 사진을 잘 찍으면 남들에게 유럽 여행 다녀왔다고 뻥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아기자기한 건물들 속에 7개의 독특한 방들이 있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입장권의 뒷면에는 그 7개의 방을 방문하여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자연스레 스탬프 찍는 재미와 함께 7개의 방들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처음 둘러본 방은 아트 토이 갤러리였다.

중세시대의 미술 작품들과 오래된 장난감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방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예사로운 관광지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장난감의 종류도 엄청났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내 인생 선배들이 가지고 놀았을 것 같은 장난감들도 있었다.

나무를 깎아서 만든 장난감도 있었고 천으로 만든 인형도 있었다.

두 번째로 본 방은 아날로그 스튜디오였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즈 등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음악사에 큰 획을 그었던 팝스타들의 음반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그중 한 코너에는 한국 가요의 스타들의 앨범도 전시되어 있었다.

내 중고등학생 시절의 우상이었던 이선희, 유열, 이문세와 7080 음반들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음반과 함께 라디오와 전축, 그리고 텔레비전의 발달 과정도 실물로 볼 수 있었다.




세 번째로 둘러본 방은 앤티크 갤러리였다.

이곳은 유럽인들의 종교심을 엿볼 수 있었다.

유럽의 종교는 단연 기독교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기독교가 유럽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 볼 수 있었다.

수도사들이 성경을 필사해서 만들었던 장면도 엿볼 수 있었고, 단테의 <신곡>이 당시 사람들에게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건물에 울려 퍼지는 배경음악은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에 나오는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이었는데 내 고등학생 시절에 합창반에서 불렀던 노래여서 너무 반가웠다.

네 번째로 둘러본 방은 장난감 자동차 갤러리였다.

미니어처 장난감이 빼곡하게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 규모에서 일단 제압당할 만했다.

예전에 미니어처 자동차들을 벽장 가득하게 수집하였던 사람이 있었는데 루덴시아는 그런 사람 열 명 정도가 모은 숫자만큼의 자동차들이 전시된 것 같았다.     




다섯 번째 방은 기차 갤러리였다.

장난감 기차가 스위스의 산길을 지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섯 번째 방은 트램 스튜디오였는데 유럽의 도시를 달리는 전차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일곱 번째 방은 재봉틀 스튜디오였다.

재봉틀의 발전에 따라 우리의 의복이 비약적인 발전을 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7개의 방들을 둘러보면서 느끼는 점이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쓰레기로 버렸을 것 같은 물건들인데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까 박물관의 전시작품이 되고 관광자원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일 뿐이었는데 누군가에게는 값비싼 골동품이 된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가?

그것은 물건을 보는 눈의 차이다.

어떤 사람은 형편없는 물건으로 보고 어떤 사람은 귀한 물건으로 본다.

우리 인생도 그러지 않을까?

누군가는 형편없는 인생으로 보지만 누군가는 귀한 인생으로 본다.

나는 내 인생을 어떻게 볼 것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인생의 그림을 그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